본문 바로가기
Photo 에세이/라떼별곡

문밖의 봄을 보면서

by 훈 작가 2024. 4. 18.

문을 열면 밖이 보입니다. 지금쯤 봄이 짙어가는 연초록이 보일 겁니다. 자연이 연출하는 풍경이 활기 넘치는 봄의 무대를 수채화처럼 그리고 있습니다. 연초록이 들녘을 물들이고, 봄꽃들이 모두 무대로 나와 재롱잔치를 펼칩니다. 움트는 새싹들은 모두 싱그러운 봄을 만납니다. 봄은 모든 생명에게 사랑을 불어넣어 주고, 문밖의 풍경을 생동감 넘치게 바꾸어 놓습니다. 우리는 그런 봄을 안에서 기다렸습니다. 

봄과 겨울 사이에 어딘가에 경계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안도, 바깥도 없습니다. 항상 열려 있으니, 문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이렇듯 자연은 항상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안과 밖을 구분하고, 그곳을 드나드는 문은 인간영역에만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문을 열어야 봄이 왔는지 볼 수 있고, 문밖을 나가야 봄의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안과 밖이 다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안에서 봄을 보고 있습니다. 안과 밖을 연결하는 열린 문으로 봄이 보입니다. 안은 빛이 들지 않아 어둡습니다. 밖은 빛이 들어 환합니다. 봄빛을 안고 활짝 핀 꽃도 보입니다. 뒷모습만 보이니 궁금합니다. 꽃이 어떤 모습인지는 밖으로 나가야 볼 수 있습니다. 문밖에 찾아온 봄은 내가 있는 안이 궁금하지 않을 겁니다. 여러 번 만나긴 했어도, 별로 반갑지 않을 듯싶습니다. 왜냐하면 캄캄한 안으로 들어오는 게 무섭기 때문일 겁니다.. 

뒤돌아보니 또 다른 문을 통해서도 봄이 보입니다. 돌담장 아래 장독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엎어 놓은 옹기가 정겹게 보입니다. 소담스러운 풍경입니다. 먼 추억 속에 고향 집 부엌에서 바라보는 장독대가 생각납니다. 다만, 어머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담장 아래 수선화가 피어 있으니 봄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꽃이 없다면 봄인지, 여름인지, 모를 겁니다. 수선화 꽃이 피어있기에 봄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자연의 품에 숨 쉬고 사는 생명은 대부분 안과 밖이 다른 공간에 살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자연이 만들어 놓은 것을 훼손하지 않고 생활하며 삶의 공간을 만듭니다. 항상 열려 있는 자연과 어울려 놀고, 즐기며 삽니다. 그러니 봄을 만나러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과 공존을 모색하는 지혜를 배우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스스럼없이 서로 자연과 소통하며 삶을 영위하며 인연을 맺어 왔던 겁니다. 


사람은 어떴습니까. 다릅니다. 내 안의 나와 밖을 연결하는 것은 눈입니다. 눈은 마음이 드나드는 문입니다. 하지만, 밖에서 안을 볼 수는 없습니다. 시선은 항상 밖으로만 향합니다. 이 때문에 문밖에 있는 상황을 잘 볼 수 있습니다. 단지, 내 안의 나를 보는 눈이 없기에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생명과 공존하는 지혜와 배려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봄을 보는 시선도 순수하지 않게 보일 겁니다. 자연의 관점이 아닌 이기적인 인간의 감성과 힐-링의 관점만 보일 겁니다.

문밖에 있는 봄이 침묵 속에 사람 사는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침묵이 무언의 소리입니다. 세상의 민심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관심이 없습니다. 4년마다 선거로 우릴 심판하지 않기 때문인지 무관심 속에 뿌연 중국발 황사나 미세먼지만 탓하며 중국 놈을 욕합니다. 남 탓할 때인지, 아니면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지 냉철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몸 바쳐 나랏일 하겠다고 사자후를 토하던 정치인들, 특권만 탐하지 말고 자연보호에 앞장섰으면 합니다. 

우리는 마음의 안식처인 영혼이 지치거나 치유받고 싶을 때, 밖에 있는 자연을 찾아 나서는 경향이 있습니다. 평소에도 겉으로는 자연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말만큼 행동이 하지 않습니다. 마치 그런 모습이 얼마 전 선거를 치른 정치인들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보입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언젠가는 인간에 대한 심판의 날이 올 겁니다. 있을 때 잘해야 하는 건 정치만이 아닙니다. 이러다간 우리도 심판받을 겁니다. 

'Photo 에세이 > 라떼별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을 찾아 떠나는 여행  (187) 2024.04.29
중독일까, 폰-멍일까.  (136) 2024.04.23
꽃과 열매  (113) 2024.04.11
튤립의 미학  (95) 2024.04.10
봄나들이  (98) 2024.04.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