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엔 하늘이 없습니다. 파란 하늘은 해가 있을 때만 있기 때문입니다. 빛이 사라진 하늘은 얼굴 없는 하늘이 됩니다. 하늘이란 이름의 정체성은 파란색이거나 푸른빛을 있을 때 가능합니다. 하늘빛이 지워진 밤이 되면 하늘은 우주로 바뀝니다. 하늘은 해를 품을 때 하늘이고, 별들 품을 땐 우주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밤은 별들의 세상입니다. 별을 품은 우주는 낮엔 볼 수 없습니다. 눈으로 만나지 못하고 과학으로만 만날 수 있습니다. 만나더라도 인간이 아우를 수 없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언제나 꿈의 영역이고, 신화와 전설이 깃든 신의 영역이었습니다. 아직도 과학으로 다가가기에 너무 먼 공간입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린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린 상상으로 달을 만나고 별을 만납니다. 어릴 땐 동요를 부르며 달과 놀았고, 어른이 되어 객지 생활을 할 땐 달 보며 마음을 달래곤 했습니다. 때론 달빛 어린 고향마을을 마음속에 떠올렸고, 어머님을 그리워하기도 했습니다. 달이 없는 날은 별과 마주하며 마음을 달랬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밤하늘로 떠나는 여행은 상상 여행입니다. 인류가 실현한 달여행은 상상 속에 있던 전설을 잃게 했습니다. 달과 옥토끼 얘기는 아이들에 꺼낼 수 없게 만든 겁니다. 이젠 별에 깃든 이야기만 해야 합니다. 우리가 달보다 더 먼 별을 다녀오면 또 그때 가서 전설이나 신화를 지우게 되더라도 아이들과 별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별은 꿈이고, 꿈은 내 마음에 있는 별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먼 곳에 있지만 언젠가는 현실에서 만날 거라 여깁니다. 하지만, 별은 하늘의 별 따기란 말처럼 점점 멀어져 가는 세상입니다. 삶은 여전히 고단하고, 현실은 팍팍합니다. 별과 꿈 그리고 낭만이 실종된 듯합니다.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겁니다.
그럼에도 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산다는 건 어차피 여행입니다. 누군가 나보다 멋진 별로 간다고 신경 쓸 거 없습니다. 욕망의 눈으로 옆을 보면 스스로 초라해집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별이 가장 멋진 별이라 생각하고, 행복이란 별에 도착할 때까지 잠시도 내비게이션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합니다, 자칫하면 별에 도착하기 전에 우주의 미아가 됩니다.
달 사진을 찍으러 나왔습니다. 가로등이 어둠 속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모습이 마치 우주선인 양 별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떤 건 저 멀리 보이는 보름달로 가는 것 같고, 또 어떤 것은 별로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별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찾아가야 할 별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별을 찾아 떠나야 할 사람은 많은데 별이 별로 없습니다.
디지털 문명의 발전은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별들을 많이 사라지게 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AI가 지배하는 세상이 다가오니까요. 언젠가부터 ‘일자리 별 따기’란 말이 MZ세대에겐 현실이 되었습니다. 별 따기가 될 정도로 사라진 일자리, 갈수록 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별이 더 이상 멀어지는 꿈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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