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를 한 글자로 줄이면? <나>.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를 두 글자로 줄이면? <또, 나>. 세 글자로 줄이면? <역시, 나>. 네 글자로 줄이면? <그래도, 나>. 그럼, 다섯 글자로 줄이면? <다시 봐도, 나>. 퍼온 글입니다. 스스로 그렇게 대답한다면 거의 고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공주병 증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애를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나친 자기중심적 태도가 문제일 겁니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자칫 타인의 관점을 간과할 수 있습니다. 연애하기 힘들거나, 해도 오래가지 않는 여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반면, 스스로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 여기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일종의 열등감일 수 있으니까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은 나를 사랑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겁니다. 내 인생은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전북 고창 학원농장 보리밭입니다. 보리밭 사잇길에서 혼자서 인증사진을 찍는 주인공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실 시선을 끈 것은 노란 우산이었습니다. 초록의 색감과 노란색의 조화가 멋지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순간 사진 속 주인공을 보며 떠올린 단어가 ‘공주병’이었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노란 우산이 수선화꽃을 연상하게 합니다. 신화에 따르면, 나르시소스는 아름다운 목동이었습니다. 요정들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고 양몰이에만 몰두했습니다. 요정들은 서로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싸웠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사랑을 얻지 못했죠. 이에 한 요정이 복수의 여신을 찾아가 소년이 사랑에 눈뜨게 해달라고 간청하기에 이릅니다. 여신은 요정의 간청을 받아들입니다.
어느 날, 나르시소스가 양을 몰고 길을 가던 중 호수에 비친 자신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나르시소스는 자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온종일 물속에 비친 자신과 웃고, 말하며 먹지도 잠자지 않았습니다. 나르시소스는 점점 야위어 갔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소년이 죽은 자리에서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났는데 이 꽃이 바로 수선화랍니다. 나르시즘(자기애)은 바로 ‘나르시소스’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아도취ㆍ고결ㆍ자만(나르시즘)’입니다. 사진속 주인공에 렌즈의 초점을 맞추고 계속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녀가 나 홀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행동이 ‘나르시소스’ 인 것처럼 보였던 것은 노란 우산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노란 수선화꽃을 떠올리게 했으니까요. 사진 속 그녀에게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를 한 자로 줄이면 뭐지? 과연 <나>라고 할지, 안 할지 상상해 봅니다. 어쨌든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나>는 한 사람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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