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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원종 튤립 : 산자고(山慈姑)

by 훈 작가 2024. 5. 3.

서산 문수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꽃 이름이 뭔지 몰라 앱(모야모)을 클릭했습니다. 원종 튤립이랍니다. 야생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산자고’라고도 부르는 모양입니다. 검색해 보니 귀하게 대접받아야 할 토종 자생식물이라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봄에 숲이나 언덕 등 시원하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  자생하는데, 꽃대가 가늘어 오후가 되면 꽃 무게를 잘 이기지 못하고 조금씩 구부러져 애처롭게 보이는 꽃이랍니다.
 
의외였습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튤립이 있다니. 튤립 하면 네덜란드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원산지가 중앙아시아 튀르키예라고 합니다. 네덜란드 국화라는 건 알았지만, 튀르키예 국화라는 사실은 검색을 통해 알았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흔히 알고 있는 튤립은 개량종으로 캐서 다시 심지 않으면 다음 해에 꽃이 피지 않다가 2~3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합니다. 구근을 팔기 위해서 그렇게 개량했다는 겁니다.
 
산자고라는 꽃 이름이 특이해 보였습니다. 원종 튤립인데 왜 '산자고'라고는 이름으로 불리는 걸까? 궁금해서 다시 검색해 보았습니다. 산자고(山慈姑)라는 이름에 호기심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고(姑)’자가 시어머니를 뜻하니까, 꽃 이름에 얽힌 이야기가 있을 거라는 생각 들었던 겁니다. 틀리지 않았습니다. 읽어 보니 꽃에 대한 전설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냥 지나치려다  옮겨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이 있었습니다. 나이 많은 노모를 모셔야 하는 총각에게 시집오겠다는 처녀가 있을 리가 없죠. 효심 깊은 아들은 일찌감치 마음을 접고 어머니만 모시며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머니는 당신 때문에 아들이 장가를 못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밭일하고 있던 두 사람 앞에 짐 보따리를 든 아리따운 처녀가 거짓말처럼 나타났습니다. 처녀는 산 너머에서 홀아버지를 모시며 살고 있던 여인으로, 내가 죽거든 산 너머 외딴집의 총각에게 시집을 가거라. 그 집 사람들은 가난해도 너를 아끼고 사랑해 줄 거라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장례를 치른 후, 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노모는 복덩어리 며느리를 더없이 아끼고 사랑해 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며느리가 등에 원인 모를 욕창이 생겨, 앓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운 산골 마을에는 의원도 없고, 먼 마을까지 나가 의원을 모시고 올 형편이 안 되어 노모와 아들은 애만 태우고 있었습니다.

며느리의 등창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답답한 나머지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등창을 치료할 약초를 찾으러 무작정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한참을 헤매고 다닌 시어머니 눈에 별 같은 꽃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순간, 이 꽃이 며느리를 낫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뿌리까지 캐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시어머니는 캐어 온 것을 정성껏 으깨 며느리의 등창에 붙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며느리의 등창은 며칠 만에 거짓말처럼 깨끗하게 낫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이 꽃은 '산속에서 자애로운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위해 찾아 준 꽃'이란 뜻으로 산자고(山慈姑)라 불리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퍼온 글)
 
 
‘산자고’의 꽃말은 ‘봄처녀’ 또는 ‘가녀린 미소’라고 합니다. 꽃에 얽힌 사연을 읽고 나니 꽃말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날 같지 않은 게 요즘의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입니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TV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많이 나오는 주제입니다. 여자의 일생은 딸에서 며느리로 다시 시어머니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그럼에도 전설 속에 시어머니 같은 분이 주변에 많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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