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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남유럽

세비야 : 스페인 광장

by 훈 작가 2024. 4. 26.

세비야는 안달루시아의 수도이자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에 이어 스페인에서 4번째로 큰 인구 70만의 도시이다. 세비야에 있는 스페인 광장은 1929년에 세비야에서 열린 미겔 데 세르반테스를 개최하기 위하여 건축가 아니발 곤살레스(Anibal Gonzalez)의 설계로 지었다. 지금은 세비야 주의 정부 청사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스페인 광장은 1916년 스페인의 대표적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사후 3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광장 중앙에는 세르반테스의 기념비가 있고 그 앞에는 애마 로시난테를 올라탄 돈키호테, 노새를 탄 산초 판사의 동상이 있으며, 또한 분수대가 있다. 광장 주변에 인공 연못을 조성하여 배도 띄웠다고 한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 에 내려 받았음.

반달 모양의 건물을 배치하여 광장 공간을 에워싸고 있는 형태다. 스페인 광장으로 향한 건물 아래쪽 벽면에는 스페인의 50개 주를 의미하는 부스가 만들어져 있다. 부스가 보이는 정면 벽면에는 바로 각주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그림이 타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사진을 찍으면 기념이 될 만한 곳이니 찍어 보란다. 

가이드 설명이 끝났다. 자유시간이 1시간이나 주어졌다. 어디부터 먼저 가봐야 할지 모르겠다. 우선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야 멋지게 나올 수 있는지 그런 장소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광장 앞쪽에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호수도 아닌 그렇다고 연못도 아닌 표현하기 애매한 곳에 아치형 다리가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성벽 둘레에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파놓은 해자 같은 착각이 들었다. 가이드는 이곳에서 영화배우 김태희가 CF 촬영을 했다고 하는데, 전혀 기억나는 게 없다. 그래도 호기심에 거기서 먼저 인증사진을 찍기로 하고 걸음을 옮겼다. 첫 번째 아치형 다리에 올라 아내에게 위치를 정해 주고 사진을 찍은 후, 다리 아래를 보니 물이 없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이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이 있어야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분수대 쪽으로 갔다. 파란 하늘로 물을 뿜어내며 치솟는다. 광장 풍경을 여유롭게 즐기면서 세 번째 아치형 다리 위의 난간에서 청사를 배경으로 셔터의 즐거움을 누렸다. 


그리고 세비야 청사 건물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 보았다. 건물의 복도에서 반달 모양의 건물을 보았다. 반달 모양의 긴 복도에 오후 햇살이 비스듬하게 비추면서 기둥과 난간의 그림자와 어울리며 그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사이에 젊은 남녀가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걸어가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몰래카메라 촬영하듯 두 사람을 담았다. 

내가 좋아하는 구도의 사진이다. 멋진 풍경 속에 사람이 있으면 사진은 더 돋보인다. 풍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 안에 사람이 있어야 그림이 산다. 결국은 사진은 사람이다. 사람이 주제가 되는 사진이 아름답다. 그보다 훌륭한 주제는 없다. 그나저나 광장 분위기가 한산하다. 이름난 명소인데 관광객이 안 보인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건물이래쪽 벽면 장식)


올라갔던 계단을 다시 내려와 연못의 난간에서 우리가 들어왔던 광장의 북쪽을 보았다. 텅 빈 연못의 바닥에 남아 있는 물에 하늘빛이 떨어져 있는 가운데에 건물의 모습이 반영되었다. 그 연못에 물이 차 있었으면 건물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물에 반영되어 멋진 그림이었을 텐데 생각하면서 셔터를 서너 번 눌렀다. 

광장 벽면의 문양을 보기 위해 가까이 가 보았다. 멋진 곳은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빈 곳이 없다. 한쪽 부스에서 미술동아리 모임회원인지 몇몇 사람들이 각자의 스케치북을 펼쳐 놓고 광장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조금 더 걸어 아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부스의 문양 앞에서 인증사진을 담았다. 


재미있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연못의 바닥을 청소하는 모습이다. 흰색 청소복 차림의 사람들이 밀대를 나란히 대고 마치 눈이 많이 내린 날 눈을 치우듯 바닥을 밀고 있었다. 연못의 바닥을 청소하는 장면인데, 그 장면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 모습이 사진으로 담아도 인간의 정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셔터를 눌렀다. 

그러나 그림이 마음 같지 않았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바닥 청소 장면을 멋지게 담아보려고 장소를 바꾸고 움직이는 동작이라 카메라 기능의 조작도 해보고 담아보았으나, 생각만큼 앵글에 들어오질 않았다. 나름의 시도가 마음과 같이 잘 먹히지 않았고, 그들의 작업이 끝나버려 이내 앵글에 담는 것을 포기했다. 사진 실력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이색적인 연주로 시선을 끄는 사람이 보였다. 솥단지 두 개를 마주 엎어놓고 손으로 그 위를 두드리며 음을 내는데 청아하게 들렸다. 그는 음악을 담은 CD를 한 장에 5유로를 받고 팔고 있다. 때마침 배낭 여행객으로 보이는 두 여자가 CD를 산 후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을 지나면서 아내에게 물었다. 

“김태희가 CF를 찍었다는 광고가 무슨 광고지?” (나중에 찾아보니 아주 오래전 LG cyon 광고였다. 스페인 광장에서 플라멩코 춤을 추는…) 
  
청사 건물 계단으로 올라갔다. 복도 난간에 기대어 스페인 광장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높은 곳에서 광장 쪽을 보니 여러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가로이 이국의 땅 세비야 스페인 광장에서 사람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그때였다. 많이 듣던 El Condor Pasa(철새는 날아가고) 연주 소리가 들렸다. 남미 라틴 음악이다. 

Simon & Garfunkel이 불러 우리에게 알려진 명곡이다. 지나던 한국인 여자 관광객 두 사람도 멈추더니 그곳을 바라본다. 여행지에서 듣는 익숙한 선율이 가슴을 파고든다. 연주하는 사람을 보았다. 잉카인 복장이다. 라틴 악기인 Pen Flute 특유의 소리가 감성에 젖게 한다. 눈 감으면 바로 남미 안데스산맥으로 날아갈 것만 같다. 

몇 걸음 옮겨 다른 곳을 보았다. 카드를 즐기는 3명의 젊은이도 보였다. 배낭 여행객인 듯하다. 안경을 쓴 여자와 두 남자가 배낭을 풀어 옆에 놓고 한가하게 시간을 죽이고 있다. 친한 친구이거나 휴가를 내고 온 직장동료일지도 모른다. 정감 어린 풍경이다. 여행 비수기라 관광객이 많지 않았지만, 세비야 스페인 광장은 자유와 낭만이 흐르는 광장이다. 

TIP : 세비야 당국은 지나치게 관광객이 오는 걸 막기 위해 스페인 광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비용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부담이 되는 건 시간문제인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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