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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남유럽

모나코(Monaco)의 추억

by 훈 작가 2024. 9. 13.

모나코 전경 (출처 : pixabay)

파도 소리가 들리며 달콤한 목소리로 “Monaco~” 하며 시작되는 팝송 제목이 <모나코>. 장 프랑스와 모리스가 부른 이 노래는 군부 독재 시절 청춘의 아픔과 함께 감성을 어루만지던 노래다.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와 애달픈 여자의 음성이 로맨틱한 분위기로 청춘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아는 <모나코>는 그것뿐이었다.

 

<에즈>를 출발한 시간이 대략 16:20분이었다. 차창 밖으로 빨간색 지붕의 건물들이 지중해와 어울려 지나간다. 바닷가에 항구가 보였고 정박한 요트들이 가지런하게 떠 있는 풍경이 빠른 속도로 스쳤다. 화려한 도심 속으로 버스가 빨려 들어갔다. 모나코다운 풍경을 눈으로만 즐긴다.

모나코(출처 : pixabay)

<에즈>에서 모나코까지는 불과 7~8km20분 정도를 달렸다. 좁은 도로를 돌아 다시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미로 같은 터널은 서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터널 안 교차로에는 신호등도 있다. 그곳을 나와 모나코 왕궁이 있는 언덕을 선회하여 지하 주차장에 버스가 멈추었다.

 

버스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2번 타고 올라가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넓은 복도를 걸었다. 양쪽 벽에는 커다란 작품 사진이 조명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그곳을 지나니 지상의 건물이 보였다. 지하 주차장에서 지상까지 오는 과정이 좀 복잡하게 느껴졌다.

 

그레이스 켈리가 결혼식을 올린 성당

인솔자와 우리는 한산한 거리를 걸어 모나코 왕궁으로 가고 있다. 잠시 뒤 초소를 지나서 성당 건물 앞에 멈추었다. 인솔자가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서있는 곳은 영화배우에서 일약 신데렐라로 변신한 그레이스 켈리와 모나코 왕국 레니 3세와 결혼식을 올린 성당 앞이었다. 그가 영화 같은 인생을 살다 간 그레이스 켈리 얘기를 했다. (관련 내용 생략)

 

다시 성당에서 왕궁 쪽으로 걸었다.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로 아치형 문이 나왔다. 그리고 왕궁 앞 광장으로 들어왔다.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보였다. 왕궁의 정문 옆에는 2개의 초소가 보였다. 오른쪽 초소에는 근위병이 있었지만, 왼쪽에는 없었다. 오른쪽 앞 주차장 앞에 몇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모나코 왕궁 입구

왕궁 건물의 오른쪽 위에 시계탑이 16:55분을 가리키고 있다. 인솔자는 모나코 왕궁 뒤의 건너편 쪽을 가리키며 몬테카를로 지역이라고 말했다. 몬테카를로는 모나코의 한 행정구역 이름이지만 우리에게는 카지노란 이름으로 알려진 곳이다. 몬테카를로 오른쪽에 지중해 항구 주변에 요트와 크고 작은 유람선이 정박해 있다.

 

제일 먼저 성벽에서 몬테카를로 풍경을 담았다. 빌딩과 빨간색 지붕을 한 건물들이 항구 쪽에서 산 중턱까지 빼곡하다. 산 중턱부터 7부 능선까지 개인 주택들이 자리 잡고 있다. 모든 집들이 지중해를 전망으로 앉아 있는 형세다. 도시 전체를 그리 높지 않은 산 능선이 아늑하게 둘러싸고 있는 지형이 한눈에 봐도 마음에 빠질 것 같은 그림이다.

모나코 왕궁 건물

 

왕궁 앞 광장을 가로질러 반대쪽으로도 가보았다. 성벽 바로 아래는 하얀 종이배 같은 삼각형 모양의 요트 선착장에 가득하다. 그 주변에 아파트 형태의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고 그 너머 지중해가 보인다. 작지만 부자나라 모나코의 한 풍경이다. 모나코의 소득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성벽 쪽에 골동품 같은 대포들을 보며 바닷가 쪽으로 나 있는 길로 내려가 보았다. 지중해가 가까워졌다. 멀리 가면 주어진 자유시간을 초과할 것 같아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지중해를 보다 발길을 돌렸다.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늦기 전에 기념품도 구경할 가게에 들어갔다.

모나코 왕궁 광장내 대포

진열장에 형형색색의 기념품이 손짓한다. 앙증스럽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게 마음을 흔든다. 그것들을 들었다 놓았다 거듭했다. 망설임의 연속이다. 장인어른 생각이 났는지 아내는 모자를 고르면서 디자인이 어떠냐고 물어본다. 모자를 고르고 나서 조그만 모나코 왕궁을 축소한 기념품 하나를 골랐다.

 

기념품 가게를 나왔다. 골목길의 풍경을 구경하러 이면도로로 들어갔다. 조그만 가게와 카페들이 보였지만 문을 닫은 가게가 많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조명이 어두웠다. 별로 구경거리가 없어 보여 왕궁 쪽으로 걸어 왔던 도로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랬더니 바로 그레이스 켈리가 결혼식을 올렸던 대성당이 나왔다.

멀리서 본 몬테카를로

적막감이 감돈다. 오가는 인기척이 없어서 그런지 정도로 조용하다. 어둠이 스며든 탓도 있지만, 사람들이 안 보여 더 그랬다. 인솔자가 말한 약속 장소로 향했다 해양박물관 건물 앞이다. 혹여 늦으면 일행에게 민폐 끼칠 것 같아 걸음을 재촉했다. 대부분 일행이 이미 와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모나코는 입헌 군주제 국가로 바티칸 시국에 이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란다. 인구는 고작 30,000명에 불과하다. 독립국이지만 실질적으로 국방권, 외교권, 공작 임명권도 프랑스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언어도 프랑스어를 쓰고 화폐도 프랑스와 같이 쓴다.

 

왕궁 광장에서 내려다 본 풍경

카지노 수입만으로도 모나코란 작은 국가 운영이 가능한 나라다. 그러다 보니 국민에게 세금을 받지 않고 병역의 의무 없단다. 외국 기업에 세금을 면제해 주다 보니 부호들이 과도한 세금을 피해 조세 천국 모나코로 많이 도피 한다고 한다. 가이드는 모나코는 그야말로 세금 도피의 낙원이라고 했다.

 

또한 매년 5월에 F1 그랑프리가 열리는 모나코 서킷과 그랑 카지노가 있는 몬테카를로 지구는 모나코 관광의 핵심이다. 과거에는 카지노의 수입이 90%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현저히 줄었고 휴양과 관광의 비중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도 자주 열리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자동차 경주다.

 

F1그랑프리(출처 : pixabay)

하지만, 별도의 자동차 경기장이 없다. 경기가 개최하면 기존 도심의 시내 도로를 통제하고 경주를 열기 때문에 일반 경기장에서 열리는 경기보다 훨씬 박진감이 넘친다고 한다. 경기 시즌이 되면 많은 관광객이 몰려 이에 대한 수입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1월에 열리는 모터 랠리와 5월의 F1(포뮬러 원) 그랑프리란다.

 

파도 소리가 들리며 달콤한 목소리로 “Monaco~” 로 시작되는 토크 형식의 팝송이 기억 속에 되살아난다. 그런데 저녁식사 장소가 중국집이란다. 분위기가 꽝이다. 스테이크에 와인 한잔이 딱 어울리는 메뉴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쨌든 오늘이 남유럽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내일 오전 니스 투어를 마치면 두바이를 경유해 인천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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