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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남유럽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by 훈 작가 2024. 10. 11.

성당 정면

파밀리아 대성당 앞에 도착했다. 건너편 도로에서 내려서 너나 할 것 없이 하늘 높이 웅장하게 치솟은 성당을 올려보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압도당해 버렸다. 그 순간에도 대성당의 타워크레인이 한쪽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대성당은 지금도 건설 중이다. 우리는 현장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넋 나간 듯 바라보았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다그친 것은 가이드였다. 그녀가 성당은 조금 있다가 사진을 찍으라며 빨리 따라오라 재촉했다. 가이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말해 주고 싶은지 마음이 급했다. 이곳은 여행 시즌이면은 여행객들로 북새통이라 대충대충 설명하고 스치며 지나갈 수밖에 없는 곳인데 여러분은 복이 많다고도 했다.

성당 천정

지금도 사람이 적지 않은 데 성수기 때는 얼마나 사람이 이곳에 몰려든다는 말인가. 상상할 수 없었다. 대성당 입구에서는 보안 검색을 하고 있었다. 서유럽 여행 당시 에펠탑 투어도 그랬었다. 혹시 모르는 테러에 대비해서 경찰이 배치되어 있었고 여행객 가방에 대해서 하나씩 꼼꼼하게 검색하고 있었다.

 

가이드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옥수수 모양의 첨탑이 양쪽으로 두 개가 우뚝 솟아 있는데 두 개의 첨탑 가운데에 예수 탄생의 파사드 모양이 부조 조각을 가리키며 설명을 해 주었고,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뜻은 성가족이라는 의미로 예수 그리스도, 마리아, 요셉을 뜻한다고 했다.

성당 내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는 총 3개의 파사드가 있는데, 각각 예수 탄생’, ‘예수 수난’, ‘예수 영광을 주제로 설계되었고, 이중 예수 탄생의 파사드는 가우디가 생전에 직접 완성시켰고,예수 수난파사드는 1976년에 완공되었으며, 마지막 남은 예수 영광파사드는 아직 착공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성당은 한 출판업자가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에 큰 감명을 받고 돌아와 바르셀로나만의 대성당을 짓자는 운동을 벌여 시민 모금이 시작되었다. 1882가우디의 스승이었던 비야르가 동참하여 무보수로 건설을 시작했지만 무조건 싸게만 지으려는 교구의 뜻에 밀려 1년 만에 포기하고 대신 제자였던 가우디를 후임자로 추천하였다고 한다.

바르셀로나 파밀리아 대성당

그러나 교구 측은 젊은 건축가에게 맡기면 공사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교구 측의 그런 의도가 완전히 빗나갔다고 한다. 가우디가 공사를 맡았을 때 그의 나이는 31세였다. 가우디는 비야르가 설계한 초기의 디자인을 폐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면서 그때부터 죽는 날까지 43년간 오직 이 공사만을 위해 남은 인생을 바쳤다.

 

그는 공사 현장에서 직접 인부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설계도를 그려 나갔고, 마지막 10년 동안은 아예 작업실을 현장으로 옮겨 인부들과 함께 숙식하며 건축에만 자신의 모든 열정을 기울여 공사에 전념했다. 그러나 1926년 불의의 사고로 그는 결국 성당의 완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성당 내부

원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납골묘에는 성인이나 왕족의 유해만 안치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로마의 바티칸 교황청에서 가우디의 신앙심과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 그가 이곳에 안치되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고 가이드는 말했다. 가이드는 여기까지 설명한 후 우리를 성당 쪽으로 안내했다.

 

대성당 안으로 들어왔다. 2010년에야 공개되었다는 대성당 안은 관람객들로 가득했다. 성당이라면 경건한 분위기와 조용한 미사 분위기를 연상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관람객의 웅성거리는 소리음으로 성당 안에 울려 성당의 엄숙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여행 비수기인데도 말이다.

성당 내부

벽면의 스테인드글라스가 햇빛을 받아 그 색상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창을 통과한 빛이 하얀 벽면을 물들이고 흰 기둥의 색을 시시각각 변화시키고 있었다. 특히, 서쪽 벽면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성당의 천장 면에 비스듬히 비치는 아름다운 색상은 늦은 오후가 아니면 볼 수 없다며 가이드가 그곳으로 안내했다.

 

벽면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다운 것은 기본에 불과했다. 가이드가 다시 한쪽 기둥으로 우리를 불러 모았다. 그리고 기둥에 등을 대고 비벼보라고 한다. 그녀는 웃으면서 지금 그 기둥을 둘러싸고 있는 대리석은 세계에서 제일 비싼 이태리산으로 세워진 것이라며 마음껏 만지고 비벼보고 나가자고 한다.

성당 내부

성당 뒤쪽으로 나왔다. 가이드는 이 성당의 건설 기간이 긴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시민들의 순수한 자발적인 기부금으로만 공사를 하다 보니 공사가 느리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공사의 준공은 가우디 사후 100주년 기념인 2026년 완공이 목표라고는 하지만, 경제위기 속에서 그것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성당 건축 현장을 견학한 것이지 성당을 구경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도 진행 중이라 끊임없이 타워크레인이 움직이면서 자재를 들어 올리고 있다. 정말 아이러니한 관광이 아닐 수 없다. 성당 건축 현장이 곧 관광코스가 되었으니 말이다.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도 아닌데 건축, 디자인, 조각, 종교학을 공부한 느낌이다.

성당 후면

성당의 위쪽을 올려다보니 외관의 모습이 더 멋지게 보였다. 그 이유는 서쪽 하늘에 떠 있는 햇빛을 바로 받아 성당이 하얗게 보였기 때문이다. 해가 비추는 방향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비추니까 앞쪽인 동쪽은 햇빛을 받을 수 없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빛의 영향이 사물의 아름다움을 좌우하는 직접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다.

 

양지와 음지의 차이는 생각보다 그 차이가 크다는 것을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에서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가이드의 설명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스페인의 역사와 종교적 지식은 물론 특유의 유머까지 여행의 즐거움을 주었다. 패키지여행은 가이드가 중요하다.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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