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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킬-링 보다 힐-링

by 훈 작가 2024. 5. 15.

역이나 터미널에서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을 보는 것, 직장동료들과 점심 식사 후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것, 친구들과 소주 한 잔 마신 후 노래방에 가는 것, 한가한 오후 시간에 잠시 멍하니 창밖을 보는 것, 주말에 특별한 약속이 없어 TV를 보는 것, 퇴근 후 자기 전까지 PC 앞에 앉아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SNS를 하는 것.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는 것, 일상에서 흔히 있거나 있는 일들입니다.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시간을 죽이는 것일 수도 있고(Killing time), 힐-링의 시간일 수도 있을 겁니다.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의미는 Killing일 것이고, 정신적으로 또는 감정적으로 안정을 취하거나 치유와 회복의 개념으로 보낼 땐 Healing일 겁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판단하는 상황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Killing과 Healing의 차이점은 분명합니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킬링타임이 지나치게 많아 습관이 되면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시간을 죽인다는 표현은 지루함을 달래거나 불필요한 시간을 때우는 의미로 한가하거나 기다리는 상황에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겁니다. 이는 개인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무의미하거나 시간 낭비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큽니다. 생산적이지 못한 소비성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힐링(Healing)은 ‘치유하다, 회복하다’라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로, 우리 사회 저변에서 널리 통용되는 말입니다. 힐링은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측면에서의 치유와 회복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현대인들의 바쁘고 힘든 일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힐링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여러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과정을 말합니다.

주말이면 고속도로는 언제나 답답한 흐름을 보입니다. 모르긴 해도 도심을 벗어나는 긴 차량 행렬은 힐-링 타임을 보내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잠시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한 도심탈출일 겁니다. 숲길을 거닐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새소리와 물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넓은 하늘과 수평선을 보는 것만으로도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낼 수 있습니다.
 
바다를 만나려면 큰 마음먹어야 합니다. 멀기 때문입니다. 특히, 강원도 동해 바다가 그렇습니다. 이왕에 왔으니 이번은 꼭 일출을 찍고 싶었습니다. 힐-링 차원의 1박 2일 일정으로 왔는데, 일출을 만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간 몇 번을 왔는데, 한 번도 일출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사실 해변을 걸으며 파도 소리만 들어도 충분한 힐링인데, 욕심이 생깁니다. 사진이 취미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쪽에 올 일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알람을 안 했는데 새벽같이 저절로 눈이 떠졌습니다. 아내를 깨워 한섬 해변으로 나갔습니다. 봄기운이 가득한 바닷바람이 색다른 아침입니다. 해변에 나오니 먼 수평선에 여명에 물든 구름이 황홀합니다.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흥분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작은 로망이라 그런가 봅니다. 바다에서 보는 첫 일출, 어떤 힐링으로 다가올까.
 
드디어 꺼지지 않았던 속세의 번뇌가 일거에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살아 있음이 감사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니 이 순간이 행복입니다. 힐-링은 일상에서 집착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해 주면서 마음을 가볍게 해 줍니다. 그러고 보니 모든 건 마음의 문제입니다. 힐-링은 마음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빛입니다. 지금 그 빛이 내 마음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힐-링은 빛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그 장소가 바다라서 가슴이 더 환해지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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