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일출을 만나다

by 훈 작가 2024. 4. 16.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여명은 가슴 벅차게 합니다. 그냥 이대로였으면 좋겠습니다. 거짓말 같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진심입니다. 빛이 연출하는 하루라는 무대는 이처럼 아름답게 시작합니다. 새롭게 태어나는 오늘, 아름다움은 어둠 속에서 이렇게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하루가 잠에서 눈 뜨는 순간, 일출보다 아름다운 여명부터 만납니다. 은은하고 황홀한 빛을 볼 수 있음은 힐-링이요, 행복입니다.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새벽 공기가 내 안에 들어옵니다. 보이지 않는 순수(純粹)와 만질 수 없는 깨끗함이 여명의 빛을 안고 가슴에 들어옵니다. 우리가 상쾌한 아침이라 할 때, 들이쉬는 맑고 청량한 공기는 살아 숨 쉬고 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우린 그걸 잃고 나서야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사함을 깨닫는 것도 소중한 행복입니다.

기다림의 시간도 행복합니다. 일출의 설렘 때문입니다. 그간 사진을 취미로 하면서 많은 일출을 만났습니다. 같은 것을 반복해서 보거나 만나면 지루함이란 단어가 따라붙습니다. 하지만, 일출은 아닙니다. 언제나 새롭고, 언제나 설렘이 있습니다. 기다리는 대상은 같은 데 만날 때마다 다른 겁니다. 단 한 번도 같은 경우가 없었습니다. 자연이 연출하는 무대가 변화무쌍하기 때문입니다.

혼자 있어도 행복합니다. 그런데 혼자라는 말은 사람의 관점입니다. 사실은 혼자가 아닙니다. 습지의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하얗게 날아오르는 물안개, 부드럽게 감싸고도는 봄바람, 향긋한 풀 향기, 가만히 있으면 들릴 듯, 말 듯한 물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오늘은 저 멀리 동쪽 하늘에 궤적을 그으며 날아가는 비행기까지 있습니다. 혼자 있어도 행복한 이유입니다.

오늘은 더 행복합니다. 물안개까지 피어올라 일출 분위기가 더 환상적입니다. 그깟 물안개가 뭐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진을 찍어 보면 물안개가 있고 없고 차이가 확연하게 다릅니다. 사소하지만, 사진을 취미로 하다 보니, 이런 것조차 행복으로 느껴집니다. 다른 때와 달리 더 멋진 일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은근히, 기대되고 설레는 게 행복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행복의 최고조로 치닫는 순간은 막 해가 떠오를 때입니다. 바로 지금입니다. 동쪽 산 능선에서 빼꼼히 머리를 내밀고 해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올라온다.’ 말이 나왔습니다. 듣는 사람도 없는데. 렌즈를 통해 만나는 일출의 순간을 실시간으로 담습니다. 해맑은 미소를 머금게 한 해와 만납니다. 줌 렌즈를 조정해 초점을 맞추고 숨을 멈춥니다. 작은 두근거림을 꽉 누르고 나서, 해와 눈 맞춥니다. “찰칵!” 

행복은 뭔가 만나는 순간입니다. 내가 만드는 만남입니다. 대상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양합니다. 사람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고, 성취감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선택은 자유입니다. 설령, 선택하더라도 제 발로 찾아오는 일은 없습니다.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만나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현실에서 갈증을 느끼게 하는 추상명사입니다. 대부분 밖에서 찾으려 하니 더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내 안의 행복을 찾는 것. 멀리 있는 행복보다 만나기 쉽습니다. 일출의 행복이 그렇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조금 부지런해야 합니다. 그 정도 수고는 해야 만나는 행복입니다. 행복엔 보이지 않는 미소가 있습니다.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일출이  내겐 행복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보는 것도, 보기 위해 기다리는 것도, 만나는 것도, 다 행복입니다. 살아 숨 쉬고 있는 날까지 일출을 만나는 건 변함없는 행복입니다.


 

'Photo 에세이 > 행복, 그대와 춤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킬-링 보다 힐-링  (112) 2024.05.15
꽃길은 둘이 걸으세요.  (102) 2024.04.17
꽃을 만나는 시간  (117) 2024.04.12
사진 : 환상을 꿈꾼다.  (124) 2024.03.20
열애  (134) 2024.03.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