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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꽃밭 힐~링

by 훈 작가 2024. 6. 13.

힐-링이란 말을 많이 합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역설적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 받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방증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사는 현대인의 일상은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이를 해소하는데 여유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게 현실일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 어느 날 갑자기 힐-링이란 말이 등장하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유행어가 등장하는 데는 그럴 만한 다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힐-링이 예전엔 건강 개념이 육체에 머물렀습니다. 분명 특정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쓰이던 용어였을 겁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정신 영역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입니다. 신체의 치료만이 아닌 몸과 마음의 치유하는 용어로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우리가 항상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 힐-링이 필요한 주체이자 대상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증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 보게 됩니다. 예를 들면, 특별히 아픈 곳도 없는 데 컨디션이 안 좋은 사람, 피로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 불면증, 만성 우울증, 정서불안을 느끼는 사람, 항상 몸이 차갑고 조금만 운동을 해도 쉽게 지치는 사람, 푹 쉰 것 같은데 늘 몸이 나른한 사람, 남보다 쉽게 스트레스받거나 느끼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에 언급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문제는 방치하지 말라는 겁니다. 나름 자신에게 맞는 힐-링 방법을 찾는 겁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편안함과 기쁨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음악을 통해 마음의 평안과 안정을 찾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렇다고 클럽이나 노래방 같은 곳을 가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마음을 치유하는 음악 장르를 찾아 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 밖에 명상도 있고, 힐-링 음식 즐기기, 힐-링 산책이나 트래킹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정해져 있는 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마음과 소통하는 대상을 찾는 겁니다. 나는 그중에 자연과의 소통을 통해 정서적 교감을 얻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숲을 찾아 걷노라면 자연의 소리를 만납니다. 새소리도 듣고 바람과도 접촉하게 됩니다. 청량한 새소리가 자연의 노래가 되고, 바람이 만드는 숲의 소리가 음악이 됩니다. 다만, 이런 힐-링을 즐기려면 시간을 내어 도심을 벗어나야 합니다.
 
요즘은 꽃이 한창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다양한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듯 핍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나는 꽃을 만나러 나오는 것 자체가 힐-링입니다. 일석이조(一石二鳥)나 다름없습니다. 꽃을 만나는 순간 답답함이 다 날아갑니다. 눈은 마음의 창입니다. 꽃을 보는 순간 이런저런 꽃들이 달려듭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사진에 요정을 담습니다. 어떡하면 아름답게 담을까, 요정과 눈빛도 나눕니다. 그게 힐-링입니다.
 
형형색색의 꽃들은 잠시도 나의 시선을 빼앗기려 하지 않습니다. 빨간 개양귀비, 하얀 안개꽃, 캘리포니아양귀비, 잉글랜드 양귀비, 수레국화, 말뱅이나물, 누렇게 익어가는 청보리, 끈끈이대나물, 가우라, 코스모스가 어울려 꽃 대궐을 만듭니다. 여기저기서 날 보고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습니다. 워낙 많은 꽃이라 나도 정신 차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꽃의 향연 속에 나는 완전히 마음을 빼앗긴 상태입니다.
 
“그래, 내 마음을 다 가져가도 좋아.”
 
그런데 녀석들은 나보다 나비와 벌을 더 좋아하나 봅니다. 완전 벌 천지입니다. 나에겐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벌과 나비에게만 눈길을 주는 듯 합니다. 하지만, 질투가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힘든 건 6월의 따가운 햇살입니다.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에 빠져 있을 땐 힘들어도 힘든 줄 모릅니다. 그래서 꽃밭 힐-링은 행복합니다. 어차피 꽃이 필요한 건 나비와 벌의 사랑이고, 내가 필요한 건 힐-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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