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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호주&뉴질랜드

페더데일(FEATHERDALE PARK) 동물원

by 훈 작가 2024. 5. 28.

여행을 떠날 땐 겨울이었는데 오클랜드 공항에서 내렸을 땐 여름이었다. 겨울과 여름을 오가는 여행은 적도 아래인 남반구 지역을 여행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그중 하나가 호주 뉴질랜드다. 북섬인 오클랜드에서 시작한 뉴질랜드 일정은 남섬 투어를 모두 마치고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끝났다.
 
오늘은 시드니 일정 이틀째다. 첫 일정은 동물원이다. 내겐 별로 호기심이 가는 일정이 아니다. 그러나 아내와 아들에겐 다르다. 무척이나 기대가 큰 모양이다. 짐작이 간다. 호주 대륙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동물들 때문일 것이다. 투어버스를 타기 전부터 눈빛이 달랐다. 모름지기 사람의 감정은 눈빛으로 먼저 말하는 것 같다.

페더데일(FEATHERDALE PARK) 동물원에 왔다. 지구상에 호주 대륙에서만 사는 동물을 만났다. 제일 인기 많은 주인공은 뻔하다. 캥거루가 아니다. 코알라다. 여기에서는 직접 만져볼 수 있다. 같이 온 일행 모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직접 만져보고 코알라와 같이 사진도 찍는다.
 
그 순간만은 모든 사람이 동심으로 돌아간 듯 보였다. 죄 없는 코알라는 사람들을 위해 모델 노릇을 하는 줄도 모르고 동그란 눈망울만 이따금 깜박거렸다. 사람들은 행복한데 녀석에겐 지금, 이 순간이 과연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난 아들이 어릴 때 갖고 놀던 코알라 인형이 내 눈앞에서 살아 있으니 그저 신기했다.

동심으로 돌아간 듯 행복한 눈빛, 우린 순수한 눈으로 한 생명을 본다. 사람과 동물이 서로 같은 위치에서 본다. 그 눈빛엔 순수함이 있다. 그런 눈빛으로 서로 교감한다. 그 순간 우리는 동물을 보는 게 아니다. 그건 착각이다. 한 생명체로서 이웃을 보는 거다. 녀석들의 마음은 몰라도 마치 ‘너나 나나 동물이야’하고 우릴 보는 것 같다.
 
캥거루 사육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가이드가 캥거루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제임스 쿡 선장이 호주 대륙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동물을 발견하고선 원주민에게 저 동물의 이름은 무엇이냐고라고 물었다. 그러자 원주민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모르겠다고 했는데 그 말이 원주민어로 ‘gangurru’ 였다.  이것이 캥거루의 어원이 된 이유라고 한다.

이어 가이드는 캥거루는 임신기간이 2주로, 태어날 때 크기 약 2.5㎝, 몸무게 약 1g으로 육아낭이라 불리는 주머니에서 6개월이 지나야 나온다고 한다. 그전에 수컷과 교미를 해도 임신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놀랐다. 크기도 그렇고, 몸무게도 1g이라니, 정말 신기하다.
 
가이드는 깨알 같은 그의 지식을 쏟아냈다.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잎만 먹고 자라며, 하루 20시간 이상 자는 잠꾸러기라 했고, 에뮤라는 동물은 타조 다음으로 큰 조류인데 무시무시한 발로 사람을 공격하면 내장이 파열될 정도로 파괴력이 대단하단다. 키는 약 1.5m이고 몸무게는 약 45㎏로 달리기도 잘해 시속 50㎞를 달릴 수 있단다.

웜뱃 이란 녀석도 코알라, 캥거루와 함께 호주를 대표하는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네모난 대변을 눈다고 한다. 캥거루와 달리 육아낭이 앞이 아닌 뒷다리 쪽으로 열려 있단다. 야행성으로 잡초와 나무 안쪽 껍질, 뿌리를 먹고사는데, 30m 정도 되는 땅굴의 끝부분에 풀로 둥지를 만들어 생활한다고 한다.
 
이동 중에 이상하게 보였다. 평범해 보이는 개 한 마리가 우리에 있었다. 분명 내 눈에는 개였다. 아니 개까지 동물원에 갖다 놓았나 싶었다. 가이드 말로는 호주의 야생 개란다. 구조나 습성이 사육되는 개와 흡사하며, 빛깔은 황갈색에서 적갈색까지 다양하고, 배, 다리, 꼬리 끝은 흰색을 이란다.

악어 이야기도 꺼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악어는 그냥 악어 하나다. 그러나 영어로 악에는 앨리게이터와 크로커다일 두 종류로 나뉜다. 그 분류 기준은 사는 서식지에 있다. 크로커다일이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면 산다. 하지만 지만, 앨리게이터는 민물에서만 산다. 덩치도 크로커다일에 비해 더 큰 게 다르다고 가이드는 말했다.
 
가이드는 다른 동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캥거루과에 속하는 쿼카는 귀여운 외모와 순한 성격으로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단다. 오리너구리를 포함해 그 외 몇몇 다른 동물도 이야기한 것 같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호주 대륙은 다른 대륙과 달리 이곳에 정착해 적응하면서 유전적으로 성격을 달리하는 특별한 동물이 많은 곳이라 덧붙였다.

즐겨 보는 TV 다큐 프로그램의 하나가 ‘동물의 왕국’이다.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야생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생존의 실제 상황은 항상 긴장감이 돈다. 동물은 그들만이 지닌 야성이 살아있어야 진짜다. 그걸 프로그램을 통해 볼 때 재미있고 실감 나게 느껴졌기 때문에 동물원의 동물을 보는 건 그다지 흥미로울 게 많지 않았다.
 
지구라는 푸른 행성은 다양한 동물의 생존 터전이다. 넓은 관점에서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동물원은 인간의 관점에서 만든 전시장일 뿐이다. 다양한 동물을 잡아다 가두고 우린 그걸 구경한다. 인간 최고의 가치가 자유인데, 정작 우린 다른 동물의 자유를 구속한다. 바로 그곳이 동물원이다. 달리 보면 동물 감옥일 뿐이다. 녀석들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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