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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호주&뉴질랜드

달링하버(Darling Harbour)

by 훈 작가 2024. 5. 18.

 
“달링(Darling)~, 달링(Darling)~.” 무언가 로맨틱한 향기가 묻어난다. 초콜릿처럼 달콤한 향기와 연인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묻어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어로 ‘Darling’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항구라는 뜻의 ‘Harbour’라는 단어가 붙어 있으니 뉘앙스가 더 짙어진다. 시드니에 사는 사람들의 탁월한 언어감각에 감탄사를 연발할 뿐이다. 

 

달링하버(Darling Harbour)라는 낱말을 아무리 입에 오르내려도 지겹지가 않다. 마음속으로 호주인의 언어적 표현능력에 찬사를 보냈다. 정말 아름다운 말이다. 그건데 그게 아니란다. 흔한 말이지만 “착각은 자유”라는 말이 있다. 달링하버라는 지명은 시드니 지사였던 랠프 달링(Ralph Darling)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졸지에 나의 무지가 탄로 났다. 그만 부끄러움에 얼굴이 따끈해졌다.
 


시드니를 여행하면 들러야 하는 곳이 달링하버라고 한다. 특히, 마천루 불빛과 배들이 뿜어내는 다채로운 빛으로 화려한 야경을 이루는 달링하버는 그 모습이 매우 아름다운 명소로 유명하다. 낡은 부두였던 이곳은 호주 건국 200주년에 맞춰져 1988년 새롭게 탄생했다. 명칭은 뉴사우스웨일스 주지사(1825∼1831년)였던 랠프 달링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달링하버는 최첨단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레저산업이 발달한 활기 넘치는 지역으로 발전했다. 레스토랑과 호텔, 시드니 수족관과 해양박물관, 유명한 카지노인 스타시티까지 이곳에 모여 있어 밤이 되면 달링하버는 많은 인파로 항상 북적거리는 곳이다. 연인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달링하버는 해가 저무는 저녁 무렵이면 젊은 사람들이 데이트를 즐기는데 아주 좋은 코스라고 한다. 

 

어둠은 가로등 불빛이 들어오면서 막이 올랐다. 달링하버에 도착하면서 시드니 야경(Romantic Sunset Tour) 투어가 시작된 것이다. 현지 가이드를 따라 초등학교 소풍을 가듯 우리 일행은 걸었다. 야경투어다 보니 굳이 많은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고층빌딩의 화려한 불빛과 항구에 즐비한 요트들이 이곳이 항구의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을까 할 정도로 카페마다 사람들로 붐볐다. 마치 서울 강남의 클럽에 들어온 듯 빠른 템포의 음악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앉아 있으면 경쾌한 댄스 음악의 선율을 참지 못하고 엉덩이를 마구 흔들고 손뼉을 치며 흥에 젖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선착장 건너편 노보텔 건물외관에 주광색 조명 빛이 들어왔다. 그 빛이 나이트클럽의 조명 빛처럼 보인다.  
 

 


현지가이드의 안내로 한 노천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아내와 아들도 한 테이블에 자리를 했다. 낯선 이국의 거리에 있는 카페에서 여행의 추억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말 그대로 연인들의 천국이라는 표현이 맞는 듯했다. 테이블마다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들이 누가 봐도 이곳은 연인들의 낙원으로 보인다. 달링하버라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곳이다.

 

인들은 즐기는 달콤한 초콜릿 향기에 은근히 질투가 났다. 지난날 잃어버린 청춘이 스쳤기 때문이다. 젊은 날의 로맨틱한 추억 하나 없었던 시간을 떠올리며 그저 아쉬운 후회만 허공에 날려 보낸다. 삶이란 과거에 묻혀 살면 불만뿐 인 게 인생이다. 지나간 것은 의미 없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를 경유해 이곳 시드니까지 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난 지금 행복하다.  
 

카페거리는 달콤한 맛에 유혹된 연인들이 만들어내는 러브스토리가 여전히 꽃을 피우고 있다. 빠른 박자의 음악이 끊임없이 스피커를 통해 귓전을 두드린다. ‘쿵작쿵작’ 경쾌한 선율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흥에 빠져드는 기분이다. 종업원이 가져온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마셨다. 호프에 섞인 알코올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알코올 기운이 뱃속을 뜨겁게 달랜다.   

 

밤은 분위기를 만들고 분위기는 마음을 젖게 한다. 달링하버의 밤 분위기가 그렇다. 여전히 “달링하버”란 말이 나에게 매력적인 이유다. 이곳의 야경이 아름답고 멋져서가 아니다. 시드니라는 항구도시에 러브스토리가 담긴 로맨틱한 이름이 달링하버라서 그렇다. 사랑하는 여인과 이곳에서 시간을 같이 보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이 깊어갈 것만 같다. 유혹이라는 말이 왠지 싫지 않은 밤이다. 
 

 
카페를 나와 다시 걸었다. 시드니의 달콤한 밤이 만드는 야경은 시드니 여행의 화룡점정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는 포토 포인트까지 걸었다. 사진을 찍어야 한다. 문제는 서툰 사진 실력이다. 찍고 찍어도 사진이 내 마음 같지 않았다. 셔터를 누르면 흔들려 이미지가 엉망이다. 진작 사진을 좀 배워둘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야경촬영은 어렵다. 반복해서 시도해 봤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겨우겨우 난간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이리저리 조리개를 조작한 끝에 몇 장을 건졌다. 사진은 셔터만 누르면 찍히는 게 아니었다. 여행이 끝나면 틈틈이 사진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버브리지를 마지막 주인공으로 야경사진을 찍은 후 시드니 야경(Romantic Sunset Tour) 투어를 마쳤다. 

 

적어도 오늘 밤만은 아름다운 밤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잠꼬대로  “달링(Darling)~, 달링(Darling)~” 할지도 모르는 밤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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