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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호주&뉴질랜드

푸카키 호수

by 훈 작가 2024. 8. 22.

광활한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국적인 풍경은 경이롭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여행에서 경험하는 즐거움이다. 원래 남의 떡은 커 보이기 마련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풍경을 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수식어를 갖다 붙일 수밖에 없다. 눈앞에 펼쳐진 호수의 풍경을 보면서 예의상 갖다 붙인 표현이다.
 
그런데 아쉽다. 마운트 쿡은 흰 구름에 가려져 몸통만 보였다. 이름값을 하려고 그러는 것인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눈으로 덮인 설산이 마운트 쿡(3,754m) 임을 짐작할 뿐이다. 푸카키 호수는 거기서 80㎞ 떨어져 있고, 그곳에서 밀려 내려온 빙하가 녹아 형성되었다고 가이드는 말했다.

특이한 것은 호수의 물빛이 아주 짙은 푸른색이다. 영어로는 “milky-blue”라 부르는 모양이다. 빙하수에 우유를 뿌려 놓은 것 같은 색이라 그렇게 표현하는 것 같다. 표현대로 색이 곱다. 그럼에도 감동은 없다. 나는 황량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일행은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실망했다.
 
왜냐하면 주변이 숲이 안 보인다. 캐나다 로키 여행에서 보았던 호수의 풍경과 대비된다. 캐나다 로키에서 만났던 감동 탓이다. 대자연의 로키가 만들어 낸 장엄함과 아름다움이 여기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겨울에 떠난 여행인데 지구 반대편이라 여름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날 뿐이다.

일행 중 한 분이 마운트 쿡을 보는 게 이게 전부인지 가이드에게 물어봤다. 가이드는 미안한 듯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모두 보고 싶은데 그림의 떡이다. 마치 한라산을 보러 제주도에 왔는데 제주 시내에서 구름 덮인 한라산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패키지여행상품의 단점이니 어쩔 수 없다. 아마 모르고 질문한 것 같지는 않다.
 
호숫가 한쪽에 방문자센터가 있다. 들어가 보니 연어 판매장이 있다. 인근에 있는 연어 양식장에서 신선한 연어를 공급받아 판매하는 모양이다. 이미 점심을 싱싱한 연어회를 곁들여 먹은 탓에 눈길이 가지 않았다. 한국 같았으면 연어회 한 접시에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텐데 발길을 돌려야 했다.

Visiter Center를 나왔다. 바로 옆에 영국의 듀크 공작이 뉴질랜드에 기증했다는 히말라야 타르(산양) 동상이 보였다. 1904년 기증했다는 산양은 생각과 달리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상위 포식자가 없는 탓이기도 하고, 산양이 뉴질랜드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기 때문인데 지금은 숫자를 줄이려 머리가 아프단다.
 
푸카키 호수 면적은 178.7㎢에 이르고, 해발 518.2m~532m에 있는 푸카키 호수(Lake Pukaki)는 Mackenzie Basin의 북쪽 가장자리를 따라 북남으로 흐르는 3개의 고산 호수 중 두 번째로 큰 호수라 하는데, 어쨌든 물빛 하나만은 여행자의 시선을 끈다. 하지만, 호수 주변에 이렇다 할 만한 볼거리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여행인지라 카메라를 들고 뭔가를 찍어야 했다. 기행문을 쓰려면 멋진 사진은 필수다. 풍경이 그럴듯한 사진을 찍고 싶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마땅치가 않다. 다른 일행은 따분한 듯 발걸음을 돌린다. 그 마음 이해하고도 남는다. 아쉬움이 남으면 후회만 남는 법, 그냥 카메라에 풍경을 담아본다.
 
찍은 사진을 몇 번이나 보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다. 마땅히 더 찍을 곳도 없다. 마치 맛있게 끓인 라면을 먹는데 김치가 빠진 느낌이다. 푸카키 호수는 그런 느낌이다. 이국적인 호수풍경치곤 너무 싱겁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을 서울 거리를 생각하면 여행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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