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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신이여!

by 훈 작가 2024. 6. 3.

신이여!
 
나도 멋지게 살고 싶었습니다. 남자로서 남부럽지 않게 말입니다. 언제나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잘 못 된 것은 잘못된 거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자식들 앞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정직한 아버지로 살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남자보다 아버지로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으니까요.
 
가족 모두가 나 하나만을 믿고 의지하며 살고 있으니, 가장으로서 강해져야 할 수밖에 없는 남자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던 나. 힘들어도 집에 오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과, 사랑스러운 아내를 위해 때론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이라 하며 비겁하게 살아야 하는 세상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습니다.
 
일상은 늘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낫겠지 생각했지만, 세상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오늘보다 내일은 나을 거야, 하면서 해 질 무렵이면 일상의 무거운 옷을 벗고 선술집을 찾곤 했습니다. 쓴 소주잔을 넘길 때마다 인생도 쓴 소주처럼 하루하루가 고달픈 시간의 종말이었습니다.
 
자존심은 사치이었습니다. 이따금 하늘을 보며 멍 때리다 보면 마음은 늘 심란했습니다. 인생이란 내던져진 것, 가끔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원망했습니다. 버거워 보이는 삶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도 없고, 힘들어도 힘들다고 할 수 없는 까닭은 내가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울고 싶어도 눈물을 보일 수 없었고, 목구멍으로 넘어올 듯한 뜨거운 울음도 참아야만 했습니다.
 
내게 용기를 잃지 않게 해 주고, 식어가는 열정도 다시 뜨겁게 만들어 주는 가족이 있기에 아버지란 무거운 짐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길은 늘 고독한 길이었고, 생각보다 만만한 길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아버지라는 존재가 가족을 지키는 수호신임을 깨닫게 해 준 것은 하늘입니다. 그래서 내겐 당신이 신(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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