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습니다. 천방지축 이리저리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그 모습이 마치 철없이 아이가 기분 좋아 이리저리 뛰어노는 것 같습니다. 삶이 자유로워서 그런지 집도 없습니다. 그저 혼자 꽃밭에서 놀다가 님을 만나 짝짓기 하고 생을 마감합니다.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단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리저리 상하좌우, 그러다 하늘로 높게 솟아다가 다시 아래로 흥에 겨워 날아다니는 모양이 자유분방합니다. 어쨌든 내가 보기에 예측불가한 비행곡예입니다. 그래서 천방지축이란 표현을 가져왔습니다.
혹시 나비를 손으로 잡아본 일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날개를 잡아보면 비늘 가루가 손에 묻습니다. 분가루처럼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작은 비늘은 여러 개의 기왓장을 포개놓은 듯 날개를 덮고 있습니다. 비늘이 날개를 지켜주고, 여러 색소를 머금고 있어 나비의 색깔과 무늬를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학자들에 따르면 나비 비늘에서 반사하는 자외선으로 서로를 알아내고 암수를 구분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짝짓기 상대를 비늘로 찾는다는 겁니다. 그러다 짝을 찾으면 경쟁상대가 없는 곳을 돌아다니며 둘만의 밀회를 즐긴다고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비행기처럼 그들만 다니는 길이 있는데 이를 '접도(나비길)'라 한답니다.
나비의 짝짓기는 생을 마감하는 걸 의미합니다. 짝짓기를 끝낸 수컷은 힘이 다 빠져 죽고, 암컷도 알을 낳자마자 죽습니다. 모든 동물은 생물학적으로 생식본능은 인간과 같지만, 나비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나비는 단 한 번의 본능과 사랑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이를 거스르는 불륜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사진 속 나비는 배추흰나비입니다. 암컷 나비는 배춧잎에 알을 낳습니다. 알은 깨어나면 애벌레가 되었다가 번데기로 모습을 바꾸면서 흙 속에서 한겨울을 나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 해 봄, 똑같이 나비 삶을 이어갑니다. 이런 나비의 일생은 불과 일 년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보는 나비는 한 해 살이 곤충입니다.
대부분의 나비는 생애 단 한 번만 짝짓기 합니다. 그래서 짝을 고르는 데 아주 신중하다고 합니다. 나비도 짝을 만나는 데 있어 인간 못지않다고 보아야 할 겁니다. 사람도 대부분 그렇게 짝을 만나 결혼합니다. 그럼에도 별별 사유로 헤어지고 또 다른 짝을 만나는 이혼부부들이 매년 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세기의 이혼이라는 재벌회장 부부의 법원판결이 화제입니다. 한때는 죽을 때까지 사랑을 맹세하고 결혼했을 주인공들, 그들은 사랑을 파국으로 만들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짝찾는 방법을 나비에게 배웠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공교롭게도 나비는 이 그룹의 로고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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