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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혼자서 외롭지 않으려면

by 훈 작가 2024. 5. 27.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말은 하는 사람의 속마음은 정작 다를 겁니다. 은연중 나이 듦에 대한 서글픔이 있을 겁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따른 불변의 진리입니다. 피할 수 없는 생물학적 노화과정인 걸 알면서도 받아들이기 싫습니다. 허나 세월의 파도는 인생무상을 실감하게 만듭니다.
 
예전에 시내버스 차장 가로 스쳤던 풍경이 생각납니다. 종로 3가 종묘 쪽 탑골공원은 늘 노인들의 성지로 북적였습니다. 하지만 그곳을 지나 종로 2가에 이르면 젊음이 넘치는 거리로 변해버립니다. 그때 왜 탑골공원에 노인들이 많았는지 몰랐습니다. 단순히 나이듦이 초라해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속의 주인공,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데 왜 카메라에 담았는지, 나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찍었다는 것은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한 감정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딱히 콕 집어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막연하지만 쓸쓸하게 보였고 측은해 보여 셔터를 누른듯 합니다. 왜 혼자 저렇게 있을까. 동네 노인정이라도 가면 될 텐데.
 
그런데 말입니다. 얼마든지 혼자서도 쓸쓸하지 않고 노후의 자유를 즐기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차피 사는 건 정답이 없습니다. 내 삶의 방식은 내가 결정하고 사는 겁니다. 때론 어울려 살고, 때론 나만의 자유를 즐기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걸 모르고 노후의 삶을 맞이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문제는 어쩌다 보니 숫자에 불과하다는 나이가 된 경우입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은퇴하다 보면 주어진 자유가 벅찰 뿐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거죠. 오라는 곳도 없고, 갈 데도 없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탑골공원 같은 곳을 찾게 됩니다. 이렇게 살아도 한 세상, 저렇게 살아도 한인생입니다. 하지만 탑골공원 같은 곳을 찾는 노후의 삶은 누구나 피하고 싶을 겁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나만의 놀이터를 만드는 겁니다. 언제든지 혼자서 놀 수 있는 그런 놀이터를.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스스로 증명해야 나이 듦에 대한 서글픔을 느끼지 못합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삶의 과정일 뿐입니다. 받아들이면 삶은 그만큼 깊어지고, 더 의미 있는 삶이 됩니다. 새로운 삶의 출발이자 기회로 여기고 혼자서도 잘 놀아야 합니다.
 
나만의 놀이터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나 혼자 즐기면서 놀 수 있는 것을 찾는 겁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평소 하고 싶었거나,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겁니다. 그게 취미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도전해 보는 겁니다.
 
외롭다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낭비하는 거라 나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외로울 때 나만의 놀이터로 나갑니다. 어떤 날은 카메라 가방을 들고나가 놀고, 또 어떤 날은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며 놉니다. 니체는 말했습니다. 혼자 있는 것은, 외로운 것이 아니다. 혼자 있을 줄 아는 것은 자유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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