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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라이더

by 훈 작가 2024. 6. 11.

“짜장면 시키신 분~”
 
‘90년대 후반 TV에 나왔던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 카피입니다. 짜장면은 지금도 배달 음식의 대표적인 선두주자입니다. 알루미늄 배달통을 들고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중국집 배달원이 떠오르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특히, 대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어울려 당구장에서 먹던 짜장면 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당구를 치는 동안 번갈아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당구장 안은 담배 연기와 짜장면 냄새가 섞여 진동했습니다. 게임에 열중하다 보면 어느새 면이 퉁퉁 불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짜장면 맛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우리뿐만 아니었습니다. 옆 다이도 같았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때는 그런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풍경이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음식문화 분야에 배달 서비스 영역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예전엔 중국 음식이나 치킨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어지간하면 배달이 다 됩니다. 심지어 바에서나 취급하는 와인과 안주까지 배달 서비스에 나섰다고 합니다. 반포 한강공원·여의도공원으로 배달해 주는 업소만 100여 곳이 된다고 합니다.
 
코로나 사태가 만든 새로운 직종이 ‘라이더’입니다. ‘라이더’란 용어가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국한해 통용되었는데 이젠 배달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이는 새로운 외식 소비문화가 탄생한 걸 의미합니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음식을 주문 배달해 먹는 것이 일상화된 겁니다.
 
예전에 중국집 배달원은 한 손에 배달통을 들고 오토바이를 곡예 운전하듯이 길거리를 누볐습니다. 그런데도 짜장면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짬뽕 국물이 쏟아지지 않는 게 신기했습니다. 그들에겐 신속한 배달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배달 음식의 신선도 유지가 생명입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짜장면은 면발이 불고 짬뽕은 국물은 식으면 손님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금계국이 한창인 6월입니다. 노란 꽃밭 길따라 난 자전거 길을 누비는 ‘라이더’가 아침 금강변을 달립니다. 이른 아침에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 보면 ‘라이더’를 많이 보게 됩니다. 혼자 즐기는 사람도 있고, 여럿이 일렬로 줄지어 달리는 모습도 보게 됩니다. 자전거 전용도로이다 보니 마음껏 달려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습니다.
 
질주하는 ‘라이더’의 모습을 연습 삼아 패닝 샷을 찍어보았습니다. 패닝 샷(Panning shot)은 움직이는 피사체를 같은 속도로 따라가면서 촬영하는 사진 기법입니다. 피사체를 추적하면서 찍기 때문에 ‘쫓아 찍기’라고도 합니다. 초점을 피사체에 두고 연사로 찍는데 속도감을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 배경이 흐려지게 됩니다.
 
사진 제목을 붙이려다 보니 ‘라이더’란 말 이외에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라이더’란 말을 생각하다 보니 맨 먼저 떠오른 게 ‘짜장면’이었습니다. ‘짜장면’ 하면 입안에 군침이 돕니다. 누구든 추억이  하나쯤은 있을 법한 음식이자 친근한 메뉴입니다. 지금도 생각나면 이름난 맛집을 찾아 가족과 함께 먹으러 갑니다.
 
같은 ‘라이더’인데 누구는 배달하느라 거리를 달리고, 누구는 꽃길을 달립니다. 거리를 누비는 ‘라이더’는 먹고살기 위해 달리고, 꽃길을 달리는 ‘라이더’는 삶을 즐기기 위해 달립니다. 묘한 감정이 교차합니다. 안타깝게 생각되는 건 생계를 위해서 달리는 ‘라이더’는 목숨을 걸고 달린다는 점입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도 ‘라이더’가 많이 드나듭니다. 때론 엘리베이터 안에 치킨 냄새가 진동합니다. 그들이 얼마나 버는지 모릅니다. 다만, 안타깝다고 여기는 이유는 위험천만한 곡예 운전 때문입니다. 과장하면 밥 먹듯 신호위반을 합니다.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 큰 사고라도 날 것 같아 조마조마할 때가 한두 번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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