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한 마리가 노려 보고 있습니다.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썩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생김새부터가 그렇습니다. 녀석은 앞다리가 길고 크며,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있어 작은 벌레를 사냥하기에 적합한 모양새를 갖추었습니다. 녀석은 곤충치곤 육식성입니다, 특이한 것은 짝짓기한 후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곤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사람으로 치면 엽기적인 성폭력 살인범죄일 겁니다.
개체 간 차이가 있지만, 왕사마귀는 겁이 없습니다. 거짓말 같지만,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기는커녕 덤벼들려고 합니다. 천적인 새가 다가와 잡아먹으려고 해도 끝까지 바득바득 대드는 녀석입니다. 자기보다 큰 상대를 보면 날개를 펴며 몸을 크게 보이게 하면서 허세까지 부립니다. 그러나 그런 위협이 자신보다 크기가 작은 곤충들에겐 통할지 모르지만, 천적들에겐 통할 리가 만무합니다.
돌격대장처럼 앞으로만 나아갈 줄만 알지 한 치도 물러설 줄 모르는 녀석입니다. 그래서 생긴 말이 당랑거철(螳螂拒轍)입니다. 이 고사성어는 사마귀가 앞발을 들고 수레를 멈추려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합니다. 자기 분수도 모르고 무모하게 덤빔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의미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녀석이라 건드리지 않고 그냥 사진만 찍었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이겼다고 의기양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삼국지의 장비가 떠오릅니다. 굳이 어떤 인물인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그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장판교 전투입니다. 장판파에서 유비가 조조에게 쫓길 때 장비가 잔머리를 굴립니다. 좋게 말하면 잔꾀를 부린 겁니다. 조조의 군사를 맞아 장판교 위에 홀로 서서 누구든지 덤벼 보라고 큰소리를 친 겁니다. 이에 조조가 쉽사리 나서지 못합니다.
장비가 무섭다기보다는 그 뒤에 속임수가 있을까, 조조는 의심합니다. 그가 잠시 주저하자 장비는 더 기개 있게 한 판 붙자고 외쳐댔습니다. 그러나 평소 의심 많기로 유명한 조조는 퇴각을 결심합니다. 거기까진 좋았습니다. 그다음 장비의 행동이 문제였습니다. 자신이 이끄는 군사가 적었기 때문에 조조가 되돌아오더라도 추격을 늦출 수 있게 장판교 다리를 끊고 부하들과 도망갔습니다.
다리를 끊은 게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습니다. 영악한 조조가 바로 눈치를 챈 겁니다. 다리를 끊었다는 사실은 유비의 군세가 약하다는 걸 암시한다는 걸 조조가 모를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조조의 추격을 받은 유비의 군사들은 위태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삼국지에서 장비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떤 면에서 장비는 피해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품의 역사적 배경이 무(武)보다 문(文)을 더 알아주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장비는 상대적으로 관우에 비해 뒤지지 않는 의기와 무예를 갖추었지만, 출신이 비천해 무식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어찌 됐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과 설정은 작가의 의도에 달려 있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저 운명이라 봐야 합니다.
삶의 무대 위에는 많은 인연이 있고 다양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살다 보면 삼국지의 ‘장비’ 같은 사람도 있고, 불멸의 명작 속에 등장하는 ‘돈키호테’ 같은 인물도 있습니다. 작가는 그런 인물을 통해 그 시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작품으로 그려 냅니다. 하지만 고전(古典)의 이야기처럼 무모함이 통하던 시대는 오래전 일 입니다. 지금은 허세가 통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진실과 성실만 통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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