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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내가 나에게

by 훈 작가 2024. 6. 26.

고백하건대 내가 나에게 말을 건네 본 적이 없습니다. 연락조차 시도해 본 적도 없습니다. 내가 나에게 무관심해서가 아닙니다. 사실 나는 나에게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난 나에게 늘 소홀히 했습니다. 그러다 맞이한 사회생활의 끝자락에서 문득 내가 나에게 연락을 해 보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나에게 연락이 가장 어려웠던 이유는 내 안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었던 두 개의 태양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는 가족이고, 다른 하나는 직장입니다. 두 개의 태양이 내 안의 생체시계를 지배해 왔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 내 의지와 관계없이 하나의 태양에서 벗어났습니다. 그것은 오래전 예고된 이별이었습니다.
 
이별 후, 나는 그제야 내 안에 나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너무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터라 내 안의 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 다시 연락하니 다음에 시간을 내어 말해 보자고 돌아섰습니다. 그러다 만난 자리,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서로 준비되지 않았던 만남에 너무 어색했습니다.
 
서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과거의 ‘나’는 존재감을 잃은 채 현재의 ‘나’에게 그간 뭐 했느냐며 따가운 충고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타산지석이란 말처럼 주변의 인생 선배들의 모범사례라도 귀담아듣고 준비했더라면 현재의 ‘나’는 당황하지 않았을 겁니다. 무료하고 의미 없는 시간이 흘렀고, 그런 시간 속에 현재의 ‘나’는 주어진 무한 자유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날마다 나를 찾아오는 태양이 두렵고 귀찮았습니다. 태양은 늘 내일을 준비하며 오늘을 보냅니다. 오늘의 태양은 늘 과거로 묻히지만, 내일의 태양은 늘 새롭게 날 맞이합니다. 그걸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태양은 변함없이 자유를 나에게 줍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다만, 내가 어떻게 ‘나’를 위해 선물을 할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친한 친구에게 어떻게 지내는지, 연락하면서도 난 나에게 그런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다 얼떨결에 ‘나’를 위한 고민의 시간을 갖고 연락해 보았습니다. 타인에게 베푼 친절과 위로의 말을 ‘나’에게 해보기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래, 정말 수고했어. 이젠 과거의 ‘나’는 다 잊어. 그리고 현재의 ‘나’를 위해서 살아.”
 
생각해 보면 우린 누군가를 위해 삽니다. 진정한 나를 위한 시간, 내 안의 나를 위한, 그런 시간이 있었나 생각해 보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곧 과거의 ‘나’는 습관처럼 내 안의 '나'와 단절된 시간을 많이 보냈던 탓입니다. 자주 연락하며 지냈어야 하는 데 그러질 못했던 겁니다. 지금부터라도 내 안의 ‘나’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늦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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