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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빨간 고독, 하얀 고독

by 훈 작가 2024. 6. 27.

빨간 고독은 청춘의 고독입니다. 어쩌면 고독이라기보다 홍역 같은 가슴앓이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겪어야 하는 성장통 같은 고독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늘 방황의 연속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독방에 가두곤 합니다.
 
그래서 청춘의 고독은 고통입니다. 육체적인 성장과 정신적인 성숙을 동시에 겪어야 합니다. 사랑과 야망이 번 갈이 마음을 흔듭니다. 꽃을 피우기 위한 에너지를 어떻게 통제하고 배분해야 좋을지 가끔은 헷갈리고, 결정하기도 힘듭니다. 넘치는 열정을 잘 다루어야만 하기에 때론 사랑과 야망 사이에 갈등을 겪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기나긴 밤을 뜬눈으로 보내기도 합니다. 까만 밤, 독방에서 영혼은 스스로 고독과 마주 앉아 사랑을 고민하거나, 야망을 꿈꾸며 인생을 그리던 시절의 고독은 성숙을 위한 아픔일 뿐입니다. 고독을 통해 내 삶의 꽃을 어떻게 꽃 피울 것인지, 뜨거운 심장을 끌어안고 젊음을 불태웠던 시절은 지나고 보면 추억입니다.

하지만 하얀 고독은 다릅니다. 청춘의 고독과 대비되는 노년의 고독입니다. 노년의 고독은 독방에 갇힌 것처럼 괴롭습니다. 찾아주지 않는 독방을 홀로 지켜야 하는 고독은 감당하기 힘듭니다. 누구라도 지나가면서 자신의 이름을 한번 불러주었으면 하는 고독이 노년이 고독입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겪어야 하는 고독입니다.
 
하얀 고독은 생물학적 고독일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에게 무관심하게 되는 환경, 나의 의지와 겪는 병고의 시달림, 하나 같이 시작되는 늙음의 고독입니다. 늙음의 고독은 육체적인 고독과 소외감으로 발생되는 정신적 고독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접하게 되는 부고장에 ‘나도 갈 날이 있겠구나.’ 인생 말년의 고독 말입니다.
 
영혼의 고독은 노년의 삶을 괴롭힙니다. 나이 듦에 대한 노화와 사회적 관계에서 멀어지는 소외감으로부터 느껴야 하는 고독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기에 더욱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즐겨야 하는 고독으로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우선 적극적인 마음 자세로 일상생활에 임해야 합니다.

고독은 스스로 선택할 땐 고통이 아니지만, 선택당할 땐 고통일 뿐입니다. 선택은 영혼의 자유에서 출발합니다. 자유롭지 않은 선택에 내몰리는 노년의 고독은 무료하기 짝이 없습니다. 무한 자유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결과를 만듭니다. 이때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고독을 과감하게 터닝포인트로 바꾸는 겁니다.
 
바로 영혼과 데이트하는 시간으로 만드는 겁니다. 더불어 진정한 자유를 즐기는 것 중에 하나가 고독으로 받아드리는 겁니다.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은 고독은 내 안의 행복을 위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고독을 즐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진정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해법을 모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장 A4 용지 한 장을 꺼내 책상에 내려 놓고,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한 번 써 보시길 바랍니다. 그게 하나든, 둘이든, 열이든, 바로 고독을 통해 찾아야 할 정답입니다. 행복을 위한 마지막 아모르 파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고독을 즐겨야 진정한 노년의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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