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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우아하게

by 훈 작가 2024. 7. 3.

사전을 찾아보니 ‘우아(優雅)하다’라는 형용사는 ‘기품이 있고 아름답다’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추상적인 표현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의 판단일 겁니다. 그렇다고 정확한 의미를 알고 이 단어를 쓰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아하다’라는 표현을 많이 하고, 때론 듣고 싶어 합니다.
 
‘아름답다’라는 말과 ‘우아하다’라는 표현의 차이가 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구분하고, 어떤 상황에서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에게 ‘아름답다’라고 할땐 외면에 비중을 둔 측면이 강해 보입니다. 반면에 우아하다는 표현은 아름다움에 기품을 더하니 내면의 멋까지 있는 듯 한 느낌이 있어 보입니다.
 
두 형용사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긴 어렵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시각적으로 화려함이 우아하다는 말에는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아름답다고 하든, 우아하다고 하든 어떤 말이 더 듣기 좋은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여자라면 언제 어디서든 듣고 싶은 말일 겁니다. 다만, 연령대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침 호숫가에서 학을 만났습니다. 같은 새라도 학은 덩치가 커서 그런지 아름답게 보이진 않습니다. 그러나 '우아하다’라는 표현엔 잘 어울립니다. 보기에 화려한 느낌은 없어도 기품이 있어 보이는 새입니다. 녀석이 한참을 서 있다가 도약하더니, 날개를 펼치고 날아갑니다. 호수위를 나는 우아한 자태가 한 폭의 동양화 같습니다. 
 
우아한 삶을 꿈꾸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삶이 우아한 삶인지는 막연합니다. 사전적 의미대로 기품이 있고 아름다운 삶이 우아한 삶입니다. 추상적인 말속에 담겨있는 우아한 삶의 의미가 뭘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차피 답이 없겠지만, 우리는 누구나 우아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게 어떤 삶일까?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거추장스러운 걸 정리하고 단순화시키면 삶이 한결 가벼워질 거라는 는 생각이 듭니다. 평생학습원에서 사진 강의를 들을 때 들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사진은 뺄셈의 미학이다.’라고 강사는 강조했습니다. 담고 싶은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버리라는 뜻입니다.
 
사진 속에 있는 피사체, 학 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도 단순화시키는 게 우아한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 삶에 담고 싶은 것 이것저것 다 담으려고 하는 덧셈의 삶은 우아한 삶이 될 것 같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합니다. 인생이란 여정은 멀리 가는 여행길입니다. 우아한 여행을 하려면 짐이 가벼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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