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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부러웠던 사진 한 장

by 훈 작가 2024. 7. 5.

 
 

자전거 타고 떠나는 네덜란드 전 총리:14년간 네덜란드 총리로 재임한 마르크 뤼터(왼쪽)가 지난 2일 딕 스호프 신임 총리(오른쪽)의 배웅을 받으며 퇴근길에 올랐다. 뤼터 전 총리는 10월 나토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스호프 총리는 엄격한 이민정책을 예고했다. [출처 : 중앙일보]

 
7월 4일(목요일) 자 중앙일보 14면에 실린 사진입니다. 사진 제목이 자전거 타고 떠나는 네덜란드 전 총리입니다.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부러웠습니다. 우선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모습이 우리나라 정치에선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왜 우리에겐 이런 지도자가 없을까. 왜 우리는 날마다 꼴사나운 정치 현장만 보아야 하는가. 씁쓸하기만 합니다. 선거 때만 앵벌이처럼 연기하며 쇼하는 우리 정치인들이 싫어도 너무 싫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인 그는 1967년생으로 올해 57세의 젊은 지도자입니다. 14년간 네덜란드를 이끈 뤼터 전 총리의 마지막 퇴근길이라곤 믿기지 않은 사진입니다.
 
마르크 뤼터 총리 재임 시절에 있었던 일화가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내려진 봉쇄령을 지키다 모친의 임종을 보지 못한 사연이 나중에 알려진 겁니다. 코로나 사태가 급속하게 번지자, 총리 요양원 방문을 제한하는 조치 내렸고, 이 때문에 96세인 모친의 마지막 순간을 곁에서 지키지 못했다고 합니다. 당시 그의 모친은 헤이그의 한 요양원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가 총리로서 내린 봉쇄 조치로 개인적인 방문을 허용하지 않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입만 열면 국민을 들먹이는 우리 정치인들. 민생을 외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겠다고 약속한 그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정작 국민은 안중에도 없어 보입니다. 오로지 지지층에 눈도장 찍는 일에 열을 올릴 뿐입니다. 팬덤 정치에 함몰되어 정신 못 차리는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마르크 뤼터총리 같은 지도자를 과연 내 생애 볼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암울하기만 합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정치권 뉴스를 보노라면 짜증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어떡합니까. 우리가 뽑은 정치인인 걸~. 마르크 뤼터같은 정치인을 보고 싶은 건 나 뿐만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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