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두 손을 모아 합장(合掌)하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비슷한지 아닌지 한 번 두 손을 붙여 합장해 보았습니다. 무심코 보면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비슷하단 생각이 듭니다. 연꽃이 불교와 무관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연꽃은 부처님의 탄생과 인연이 있는 꽃입니다. 어머니인 마야 왕비가 그를 잉태할 무렵 태몽을 꾸는데, 하얀 코끼리가 내려와 연꽃을 들고 왕비를 세 바퀴 돈 다음 꽃을 건네주고 몸속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마야 왕비가 흰 코끼리로부터 연꽃을 선물로 받은 후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났습니다. 자연스럽게 불교의 상징될 수밖에 없는 꽃입니다.
절에서 스님을 만나게 되면 두 손을 모아 인사합니다. 합장은 흩어진 마음을 한 곳으로 모은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다섯 손가락을 모으는 것은 눈, 귀, 코, 혀, 피부 등(오감) 흩어지는 마음을 한 곳으로 향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이때 모은 손 모양이 가지런하지 않을 경우, 마음이 올바르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고 하여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요가의 발상지는 인도입니다. ‘나마스떼’는 인도와 네팔의 인삿말로 두 손을 모아 합니다. 불교에서 스님들이 합장하고 인사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이때 한 손은 ‘나’ 그리고 다른 한 손은 ‘나를 제외한 타인’입니다. ‘나마스떼’하고 인사할 때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합장은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 피워내는 연꽃이라 불교에서는 말합니다. 부처님과 중생이 하나가 되고, 우리와 이웃이 하나가 되는 꽃입니다. 이상과 현실이 하나가 될 때 피어나는 꽃이 연꽃이고, 세상에서 가장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이라 여깁니다. 중생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가슴에 희망 꽃이 피면 우리 모두 부처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합장은 불교에만 국한되는 건 아닙니다. 기독교에서도 기도할 때 두 손 모아 합니다. 법당에서 스님들이나 신자들이 합장하고 기도하는 거나 교회나 성당에서 기도하는 건 다를 바 없습니다. 온갖 번뇌로 쌓인 흐트러진 삶을 가다듬는 시간이 합장(기도)하는 시간입니다. 인간 내면의 고요와 평화를 얻기 위한 행동입니다.
두 손 모아 합장(기도)하고 싶은 상황이 있습니다.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치고, 원하는 일이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심리적으로 절망감에 사로잡힌 때입니다. 무력감과 우울감으로 괴로울 땐 마음은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이럴 땐 일단 멈추어야 합니다. 내 안의 나를 더 이상 힘들게 하면 안 됩니다.
합장은 나와 내 안의 나를 만나게 합니다. 숨을 마시며 한 번 두 손을 모은 후, 천천히 호흡을 멈추었다가 다시 숨을 내쉬면 흐트러진 마음이 가라앉을 겁니다. 순간 내 삶의 번뇌에서 한발 물러선 느낌이 듭니다. 우선 잡념을 잊게 합니다. 마음에 쌓였던 걸을 내려놓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집니다. 마음잡기의 첫걸음이 합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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