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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Bed rotting

by 훈 작가 2024. 7. 16.

‘Bed rotting’ 이게 무슨 말이지?
 
MZ세대 휴식법이랍니다. 침대에서 먹고, TV나 영화 보고, 스마트 폰으로 친구와 수다 떨고, 배고프면 배달 음식 시켜 먹고, 그걸 사진 찍어 SNS에 공유하며 쉬는 것을 뜻합니다. 피로가 일상이 된 정보사회 속에서 휴식이 새로운 놀이문화처럼 된 젊은 세대들이 하루 종일 침대에 꼼짝하지 않고 시간 죽이는 걸 말합니다.
 
영어로 쉰다는 의미의 단어는 break, relax, rest 등이 있습니다. break time은 하던 일을 일시적으로 잠시 멈추고 짧게 쉰다는 말이고, relax는 긴장을 풀고 여유롭게 쉴 때 씁니다. rest는 일을 끝내고 마음 편히 푹 쉰다는 뜻입니다. 영어는 이렇듯 휴식의 의미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씁니다.
 
아날로그 시대와 달리 현대인은 육체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일상은 긴장의 연속입니다. 날마다 선택 앞에 서야 하고 의사 결정을 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이를 위해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머리(뇌)는 쥐어짤 듯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휴식은 절실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Bed rotting’ 같은 방법의 휴식은 큰 도움이 된다고 하지 않습니다. 주말 내내 침대에서 그렇게 보내는 걸 푹 쉬었다고 MZ세대는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건 오히려 평소보다 더 피곤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몸은 쉬었지만, 뇌가 쉬지 못했기 때문이랍니다.

실잠자리 한 마리가 연잎에 앉아 있습니다. 자는 건지 쉬는 건지 꿈쩍하지 않습니다. 호기심 차원에서 카메라를 들이댔는데도 그대로입니다. 속으론 참 이 녀석 겁도 하나 없다 보나 생각했습니다. 보통은 도망가기 마련이거든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장면 같아 연속해서 두 장을 찍었습니다. 그런데도 전과 똑같습니다.
 
이 녀석도 MZ세대를 닮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연잎이 침대인 양 ‘Bed rotting’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스마트 폰에 푹 빠진 MZ세대처럼 유튜브를 보는 건지, 친구와 SNS 하면서 시간을 죽이는 건지 다른 곳으로 날아갈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한자문화권에 있는 우리에게는 ‘휴식’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글로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습니다. 휴식(休息)은 쉴 휴(休)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대어 쉬는 것을 의미합니다. 숨 쉴 식(息)은 스스로 자(自) 아래에 마음 심(心)이 있습니다. 즉 마음(心)을 아래로 내려놓는다는 뜻입니다. 마음 안에 있는 온갖 근심, 걱정을 다 내려놓고 쉬는 것을 말합니다.
 
‘Bed rotting’도 휴식일 순 있습니다. 그러나 영어에 휴식이 break, relax, rest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휴식은 그에 상응하는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휴식은 마음의 휴식일 겁니다. ‘Bed rotting’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정보화시대를 사는 우리에겐 이보다 힐-링같은 휴식이 더 필요할것 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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