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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기념사진

by 훈 작가 2024. 7. 26.

남기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지금의 순간을 추억으로 기억하고 싶을 때입니다. 방법은 글이나 사진, 동영상 정도일 겁니다. 글은 사진이나 동영상에 비해 같은 기록임에도 현장에서 문장으로 남기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반면 사진이나 동영상은 어려움이 없습니다. 요즘은 스마트 폰을 갖고 다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남기고 싶은 순간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예전엔 특별한 날이 아니면 사진 찍는 일이 없었습니다. 특별한 날이란 기념할 만한 이벤트가 있는 걸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아기 백일이나 돌, 입학과 졸업, 수학여행, 약혼과 결혼식, 회갑 같은 날이 이에 속합니다. 여기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살면서 기쁨과 즐거움이 넘치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훗날 이런 추억들이 행복으로 재현되는 즐거움이 있기에 우린 이를 기념해 기록으로 남기려고 합니다.
 
사진은 특정한 순간을 정지된 이미지로 저장한 기록입니다. 그 이미지를 언제든 재현해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사진을 즐기는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뭔가를 남기고 싶은 본능은 기념할 만한 가치를 느꼈을 때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해 준 게 스마트 폰에 있는 카메라 기능입니다. 과거엔 카메라를 갖고 다녀야만 가능했던 일입니다. 디지털 문명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혁명적인 변화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기념할 수 있는 추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와 비교해 보면 실로 어마어마한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예전처럼 카메라가 없어도 스마트 폰으로 원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장소를 불문하고 사진을 즐기는 시대입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셀카 인증 사진을 즐기는 모습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우연히 눈에 띈 장면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다리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여 얼른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다소 거리가 멀지만, 때를 놓치면 담을 수 없을 것 같아 일단 셔터를 눌렀습니다. 딱 봐도 라이딩 동호회 회원으로 보입니다. 다리 위에 자전거를 세우고 몇몇 사람이 왼손을 든 포즈가 너무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의 순간을 기념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특별한 날에만 기념사진을 찍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매일매일 삶의 의미를 부여하면 그날이 특별한 날입니다. 특별한 날이라 했던 날만 의미가 있고, 다른 날은 의미가 없는 날이 아닙니다. 삶은 단 하루도 의미 없는 날이 없습니다. 사진이 일상으로 들어와 누구든 쉽게 찍고 즐기는 시대이기에 언제 어디서든 의미를 부여하고 기념으로 사진을 남기면 됩니다. 의미에 구애받지 않고 사진을 즐기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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