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에세이/아포리즘

날고 싶다면

by 훈 작가 2024. 8. 13.

남미대륙 안데스산맥에 사는 콘도르는 한두 번의 날개를 움직여도 멋지게 날 수 있다고 합니다. 3m에 이르는 날개 덕분입니다. 반면 벌새는 1초에 80회 이상 날개를 멈추지 않고 움직여야 합니다. 날개 길이가 5~10㎝ 정도 밖에 안되서 끊임없이 퍼덕거려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지상태에서 떨어지지 않고 꿀을 따 먹을 수 없습니다. 새들은 높게 날아다니든, 낮게 날아다니든 날개짓을 해야 합니다.
 
새는 소화기관이 짧다고 합니다. 몸을 가볍게 하도록 진화되어 오줌보도 없어 소변이 섞인 변을 함께 배설합니다. 소화가 다 되기도 전에 몸밖으로 내보내는 겁니다. 배설기관과 생식기관이 하나로 되어 있는 데 이를 총배설강이라 하고, 턱이나 귀도 없고, 뼈도 속이 비어 있어 가볍습니다. 또한 기낭이라고 하는 공기주머니가 온몸에 퍼져있고 뼛속까지 공기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몸을 가볍게 하도록 진화한 결과입니다.
 
인간은 뭐 하나로도 더 채우려고 하는데, 새는 비우는 것부터 배운 모양입니다. 사실, 채우는 것 보다 비우는 것이 더 힘듭니다. 현명한 돼지일수록 살찌는 걸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먼저 살이 쪄봤자 도축장에 빨리 끌려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랍니다. 새가 몸을 왜 가볍게 하고, 현명한 돼지가 살찌는 걸 왜 두려워하는지 안다면, 비울 줄 아는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삶도 비우면 새처럼 행복의 날개를 펴고 자유롭게 날 수 있을 겁니다.

'Photo 에세이 > 아포리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래인지, 울음인지  (130) 2024.08.15
초록의 기억  (136) 2024.08.14
짝사랑  (108) 2024.07.30
기념사진  (111) 2024.07.26
Bed rotting  (122) 2024.07.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