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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노래인지, 울음인지

by 훈 작가 2024. 8. 15.

헷갈립니다. 노래인지 울음인지. 물어볼 수도 없으니 듣기 나름입니다. 애절하게 들리는 듯합니다. 짝을 찾기 위한 소리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매미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갈 겁니다. 여름이 지나기 전에 짝을 찾아 인연을 맺어야만 하니까요. 늦은 밤까지 잠 못 이루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걸 보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노래로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노래로 듣고 싶은데 노래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사랑의 세레나데치곤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맑고 청아한 소리가 아닐뿐더러 마치 시위 현장에서 격렬한 투쟁을 벌이는 듯한 함성 같습니다. 노래라면 사랑의 감성을 담은 로맨스가 느껴져야 하는데 소음처럼 들립니다.

그럼에도 노래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녀석은 7년의 긴세월을 땅속에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고작 보름 남짓 짧은 생애를 살다 가야 하는 운명입니다. 참 안 됐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러니 얼마나 애가 타겠습니까. 녀석이 하루라도 빨리 짝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여름밤이 조용해질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울음으로 들립니다. 땅속에서 애벌레로 7년의 세월을 보내고 세상에 나왔는데 보름정도 살다 가야 하는 운명이니 슬플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노래가 아니고 울음소리일 겁니다. 하루살이보다는 낫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짧은 생을 살다 가야 한다는 건 슬픈 운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녀석에게 여름이 사랑의 계절인 동시에 생과 이별의 시간입니다. 운명적인 사랑을 위해서 노래도 불러야 하고, 짧은 생애를 생각하면 울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울음이 우리에겐 슬프게 들리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여름밤인데 녀석들의 울음소리까지 감당하기엔 짜증나는 밤이니까요.
 
매미 소리가 들립니다. 노래든 울음이든 한여름의 서정이 묻어있는 소리입니다. 그런 서정 속에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겐 즐겁기만 합니다. 아파트 단지 뒤 공원 물놀이장에서 들리는 한호성과 매미소리가 섞여 하늘로 날아갑니다. 여름 무대가 끝날 때까지 때론 노래로 때론 슬픈 울음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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