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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

by 훈 작가 2024. 8. 20.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해랑전망대입니다. 디자인이 독특해 보입니다. 도깨비방망이 모양의 전망대로 알려진 곳인데, 85m 길이로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은 짜릿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해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출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논골담길 위에서 내려다보니 그럴듯해 보입니다. 찍고 보니 마음에 듭니다. 이것도 소소한 행복입니다.
 
가까이 가보고 싶었습니다. 멀리서 보는 것보다 더 나을것 같아 가보기로 한 겁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머릿속에 남아 있던 풍경이 아닙니다. 분명 위에서 볼 때는 한 폭의 그림 같았는데 가까이 와 보니 실망스럽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뀐 겁니다. 마치 멀리서 봤을 땐 한눈에 들어온 여인이었는데 가까이서 가서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겁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도 비슷할지 모릅니다. 멀리서 볼 때는 그럴듯한데 막상 가까이 가서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해랑 전망대를 멀리 위에서 볼 때와 내려와 가까이에서 볼 때처럼. 사실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실체가 분명하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린 멋진 무지갯빛을 상상합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행복, 저 멀리 있는 행복은 아름답게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멀리서 보았을 땐 아름답게 보였는데 말이죠. 우리가 원하는 행복의 실체가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안에 있을지 모르는 행복부터 느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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