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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짝사랑

by 훈 작가 2024. 7. 30.

난 당신만을 바라봅니다. 낮엔 하얗게 눈이 멀고, 밤엔 까맣게 눈이 타들어 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랑이란 누군가를 평생 바라보다가 눈이 멀도록 꺼지지 않는 불꽃인가 봅니다. 당신이 존재하는 한 내 사랑은 변할 것 같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날 바보라고 합니다. 그러나 내겐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일 겁니다. 어쩌면 질투심에서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리 그런 소릴 한다고 해도 나는 신경 쓰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꽃이 된 이유도 사랑 때문일 겁니다. 그런 날 사람들은 해바라기라고 부릅니다. 하루 종일 해만 바라보는 바보 같아서 그런가 봅니다. 어떤 이는 그런다고 해가 하늘에서 내려와 내 사랑을 받아 줄리 없으니, 마음을 바꾸라고 합니다.
 
어릴 적에 짝사랑하던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심하고 용기가 없어 말 한 번 붙여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 소녀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말을 붙여보았으면 참 좋은 텐데, 애만 태우며 보냈습니다.
 
그 소녀를 볼 때면 항상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도 나에겐 행복이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이 문제였지만, 등굣길에 볼 수 있어 날마다 아침이 기다려졌습니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그녀는 내 마음의 별이었습니다.
 
그러면 뭐 합니까. 한마디 말도 못 하는데. 그런 내가 싫었습니다. 그러다 용기를 냈습니다. 며칠 밤을 고민하다 내린 결정입니다. 소녀를 만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습니다. 하지만 차가운 말 한마디가 사랑을 침몰시키고 말았습니다.
 
그 사랑은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창피스러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상처입니다. 괴테의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사랑'이 아람답다 할 순 없습니다. 문학 속에 나오는 슬픈 사랑의 주인공이 나라고 생각하면 사랑은 차가운 유혹일 수밖에 없습니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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