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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합장

by 훈 작가 2024. 7. 15.

연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두 손을 모아 합장(合掌)하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비슷한지 아닌지 한 번 두 손을 붙여 합장해 보았습니다. 무심코 보면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비슷하단 생각이 듭니다. 연꽃이 불교와 무관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연꽃은 부처님의 탄생과 인연이 있는 꽃입니다. 어머니인 마야 왕비가 그를 잉태할 무렵 태몽을 꾸는데, 하얀 코끼리가 내려와 연꽃을 들고 왕비를 세 바퀴 돈 다음 꽃을 건네주고 몸속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마야 왕비가 흰 코끼리로부터 연꽃을 선물로 받은 후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났습니다. 자연스럽게 불교의 상징될 수밖에 없는 꽃입니다.
 
절에서 스님을 만나게 되면 두 손을 모아 인사합니다. 합장은 흩어진 마음을 한 곳으로 모은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다섯 손가락을 모으는 것은 눈, 귀, 코, 혀, 피부 등(오감) 흩어지는 마음을 한 곳으로 향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이때 모은 손 모양이 가지런하지 않을 경우, 마음이 올바르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고 하여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요가의 발상지는 인도입니다. ‘나마스떼’는 인도와 네팔의 인삿말로 두 손을 모아 합니다. 불교에서 스님들이 합장하고 인사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이때 한 손은 ‘나’ 그리고 다른 한 손은 ‘나를 제외한 타인’입니다. ‘나마스떼’하고 인사할 때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합장은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 피워내는 연꽃이라 불교에서는 말합니다. 부처님과 중생이 하나가 되고, 우리와 이웃이 하나가 되는 꽃입니다. 이상과 현실이 하나가 될 때 피어나는 꽃이 연꽃이고, 세상에서 가장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이라 여깁니다. 중생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가슴에 희망 꽃이 피면 우리 모두 부처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합장은 불교에만 국한되는 건 아닙니다. 기독교에서도 기도할 때 두 손 모아 합니다. 법당에서 스님들이나 신자들이 합장하고 기도하는 거나 교회나 성당에서 기도하는 건 다를 바 없습니다. 온갖 번뇌로 쌓인 흐트러진 삶을 가다듬는 시간이 합장(기도)하는 시간입니다. 인간 내면의 고요와 평화를 얻기 위한 행동입니다.
 
두 손 모아 합장(기도)하고 싶은 상황이 있습니다.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치고, 원하는 일이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심리적으로 절망감에 사로잡힌 때입니다. 무력감과 우울감으로 괴로울 땐 마음은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이럴 땐 일단 멈추어야 합니다. 내 안의 나를 더 이상 힘들게 하면 안 됩니다.
 
합장은 나와 내 안의 나를 만나게 합니다. 숨을 마시며 한 번 두 손을 모은 후, 천천히 호흡을 멈추었다가 다시 숨을 내쉬면 흐트러진 마음이 가라앉을 겁니다. 순간 내 삶의 번뇌에서 한발 물러선 느낌이 듭니다. 우선 잡념을 잊게 합니다. 마음에 쌓였던 걸을 내려놓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집니다. 마음잡기의 첫걸음이 합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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