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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폐선

by 훈 작가 2024. 7. 4.

쓸쓸하게 보이는 폐선 하나가 보입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버려져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쓸모없으니 방치해 놓은 듯합니다. 아마 자동차라면 폐차장이라도 보내 고철값이라도 받고 처분했을 텐데 오랫동안 방치해 놓은 걸 보면 돈 한 푼도 건지기 어려운 상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평생을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 살았을 폐선을 보니 안쓰러운 생각이 듭니다. 주인으로부터 ‘그래, 그동안 고생했어.’ 위로라도 한마디 듣고 이 세상에서 헤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언 듯 보기엔 그런 따뜻한 말 한마디조차도 없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더 쓸쓸해 보입니다. 그래서 서운한 감정이 북받쳐 여길 떠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의 가치는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가치가 떨어지면 푸대접을 받습니다. 조금 더 늙어 나이가 들면 아예 대접받지 못합니다. 노화가 진행되면 가치가 소멸되어 사회적 역할이 없어지는 겁니다. 폐선처럼 대부분 노년의 삶은 관심에서 멀어지고, 소외되어 쓸쓸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남을 위해서 살다가 폐선같은 처지에 놓입니다. 나를 위해서도 살고 싶었는데 인생은 내 마음같지 않습니다. 앞만 보며 아등바등 살다 보면 때를 놓치고 나이만 먹습니다. 그러다 노후도 준비도 못하고 폐선처럼 애물단지 신세가 되어 한적한 호수 변에 쓸쓸하게 머물며 여생을 보내는 게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라는 멋진 말이 있습니다. 익어가는 삶은 여유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런 여유가 없기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인생의 굴레에서 우린 멈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음은 있는데 현실이 녹록하지 않은 겁니다. 왜냐고요? 자식들 뒷바라지도 끝나지 않았고, 모아놓은 것도 없는게 현실이니까요.
 
그런데 알아야 합니다. 행복은 저축했다가 나중에 꺼내어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자식의 삶에 지나친 책임감을 가져서도 안 된다는 사실까지도. 여기에 냉정하게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해야 하는 것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지금이라도 내 인생을 위한 행복을 더 늦기전에 준비해야 합니다. 노년의 삶이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삶처럼 맞이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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