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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

by 훈 작가 2024. 7. 8.

아무도 슬퍼하지 않은 죽음이 있습니다. 죽음이 나 자신의 삶과 관련 없는 일이면 담담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죽음도 때에 따라 마음에 슬픔을 남기지만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픔을 주진 않습니다. 다만, 상항에 따라 일시적인 충격을 남길 수 있습니다. 뜻하지 않은 죽음을 주변에서 볼 때 우리가 느끼는 심리적 상태일 겁니다.
 
죽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처럼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누구든 태어나면 죽는 거야’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죽음이 없는 삶을 살 것 같은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생각 자체를 하려 하지 않는 게 우리 마음속에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생각조차 하기 싫거나 외면하는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죽음을 맞이할 때입니다. 보통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우린 그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슬픈 죽음은 자식이 죽었을 때라고 어른들은 말합니다. 죽음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납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죽음과 마주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고통을 안고 있을 겁니다.
 
살아있는 것은 언젠가 사라집니다. 태어남이 없으면 죽음도 없습니다. 탄생과 소멸은 자연의 현상입니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두려움도 사라집니다. 하지만, 죽음을 그냥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습니다. 사실은 이 모든 걸 알면서도 인간이기에 우리는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호숫가에 물고기 한 마리가 죽은 채로 누워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려다 사진에 담았습니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입니다. 죽음이란 단어를 놓고 볼 때는 마음에 슬픔이 느껴져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하찮게 보이는 물고기의 죽음일 뿐입니다. 오히려 그걸 보고 슬픔을 느낀다면 누군가는 미친 사람이라고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자연에서의 죽음은 처음에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는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죽음을 슬퍼하고 아파합니다. 그것은 생에 대한 집착 때문입니다. 그것이 없다면 당연히 고통도 없을 겁니다. 속세의 삶에서 가장 큰 괴로움은 거기에서 시작합니다. 그게 인간의 운명이고 자연의 본질입니다.
 
찬란한 아침 햇살이 아름다운 이 아침, 물고기의 죽음은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입니다. 자연이 만든 하나의 현상이기에 무덤덤할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맞이하는 자연스럽지 않은 죽음은 슬플 수밖에 없습니다. 하늘이 주어진 명대로 살고 가는 것도 너무 어려운 세상입니다. 슬픈 아침입니다.
 
엊그제 뜻하지 않은 사고로 고인이 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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