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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아우라가 느껴지는 꽃

by 훈 작가 2024. 7. 29.

살아있는 생명체는 아우라(Aura)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우라는 생명이 품고 있는 에너지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걸 뿜어냅니다. 아우라(Aura)는 그리스어로 ‘숨결’이나 ‘후광’을 의미하는 말로 예술작품을 설명하는데도 쓰이는 용어입니다. 작품의 분위기나 독특한 감정적 에너지를 설명할 때 쓰인다고 합니다.
 
어느 날 우연히 TV를 보다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끼리 ‘OO는 아우라가 있는 것 같아’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동석한 특정인을 가리키며 칭찬하는 말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사람에게 서려 있는 특별한 기운, 후광, 광채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서 ‘아우라’라는 말을 꺼낸 듯합니다.
 
이때 ‘아우라’는 내면의 빛입니다. 시청자에게 잘 보이도록 화장하거나 꾸며서 만들 수 있는 아름다움이 아닙니다. 오랜 기간 쌓아온 내면의 고결하고 긍정적인 기운이 빛으로 느꺼지는 걸 말합니다. 한 마디로 내공을 쌓은 내면의 기품이나 카리스마적 매력이 ‘아우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우라’는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할 수 있다면 연꽃잎에 나타난 무늬 형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연잎을 노출을 줄이고 의도적으로 어둡게 찍어 보았습니다. 사진을 가만히 보면 연꽃잎 중심에서 뻗은 방사형 잎맥이 마치 밖으로 에너지가 파동을 그리며 발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연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아우라’ 있는 꽃입니다. 꽃은 진흙에서 핍니다. 하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도 뿜어냅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세상의 모든 걸 품기라도 할 것처럼 어머니의 가슴처럼 포근하고 넓습니다. 보면 볼수록 더욱 우아하고 청결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속세에 머물러 있되 결코 때 묻지 않고 자신만의 아름다움과 순결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 연꽃이야말로 꽃 중의 꽃이라 생각합니다. 부처님의 미소를 닮은 듯 항상 웃음을 머금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넉넉한 사람을 보는 것 같아서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꽃입니다. 꽃을 볼수록 세상은 연꽃처럼 살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줄기가 연하면서도 유연해 잘 꺾이지 않는 것도 선비다운 기품이 있는 꽃입니다. 그만큼 좋지 않은 조건에서 살며 꽃을 피우는 걸 보면 생명력이 대단히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만개한 연꽃과 마주하면 산사에 수행자처럼 명상에 잠기듯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런 게 ‘아우라’가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꽃입니다.
 
꽃을 보면 보통 ‘아름답다.’ 하는 형용사 하나로 끝입니다. 그런데 연꽃을 보노라면 그 말이 먼저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연꽃만이 지닌 특별한 기운이 발을 멈추게 합니다. 꽃으로서 아름다움보다 꽃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마음을 붙잡아 놓는 겁니다. 어디 하나 흠잡을 수 없는 고결한 기품이 느껴지는 꽃입니다.
 
내면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건 상식입니다. 그러나 그걸 몸소 보여주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연꽃은 교과서나 다름없습니다. 연꽃만이 갖고 있는 기품과 그 내면에서 발산하는 ‘아우라’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꽃의 겉모습보다 내면의 ‘아우라’를 어떻게 쌓았는지 배우고 싶은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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