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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호랑나비와 자귀나무 꽃

by 훈 작가 2024. 8. 5.

호랑나비는 기쁨과 행복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속설에 의하면 아침에 호랑나비를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했고, 이른 봄에 호랑나비를 보면 운수가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배추 흰나비를 보면 부모가 상을 입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나비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눈이 먼다는 얘기도 어른들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침부터 호랑나비를 카메라에 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미심장하게도 자귀나무 꼭대기였습니다. 의미심장하다는 이유는 자귀나무가 부부의 금실을 뜻할 뿐만 아니라, 화해의 상징인 상서로운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그럴듯한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힘이 장사인 장고라는 노총각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그가 이웃 마을 언덕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때 자귀나무꽃이 활짝 피어있는 집이 눈에 들어와 구경하다가 그 집 처녀와 눈이 맞아 부부의 인연을 맺고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 후 장고는 술집 과부에게 빠져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날마다 슬픔에 젖어 있던 아내는 남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하여 백일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녀의 지극정성이 통했던지 백일째 되던 날 밤,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언덕 위에 피어있는 자귀나무꽃을 꺾어다가 방안에 꽂아 두어라."
 
꿈에서 깬 그녀는 산신령의 말을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그 결과 남편이 돌아왔고, 그 꽃으로 인해 맺어졌던 부부의 인연을 떠올리며 남편은 잘못을 뉘우치고 소원했던 부부간의 관계를 되찾았다고 합니다.』 <퍼온글>

그래서인지 몰라도 자귀나무의 자는 사랑 자(慈), 귀는 돌아갈 귀(歸 )를 써서 ‘사랑이 돌아온다는 자귀(慈歸)나무가 되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전설대로 라면 호랑나비는 돌아온 남편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만난 아내에게 용서를 빌고 화해한 후, 그간 나누지 못했던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게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자귀나무에 얽힌 전설이 아니라면 그런 상상이 가능하지 않았을 겁니다. 전설의 내용을 갖다 붙이니 호랑나비와 자귀나무꽃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꼭 그래서가 아니더라도 나비와 꽃은 언제 봐도 멋진 조화입니다.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 보면 가능한 한 나비가 앉아 있는 꽃 사진을 찍으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은 운이 좋은 날 같습니다.
 
호랑나비 사진은 운이 따르지 않으면 카메라에 담을 수 없습니다. 아파트 주변에서는 눈에 잘 띄지도 않습니다. 기껏해야 배추흰나비 정도입니다. 게다가 멋진 나비 사진을 찍고 싶어도 나불나불 날아다니는 나비가 멋진 연출을 해 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습니다. 어쨌거나 호랑나비와 자귀나무꽃 사진을 찍게 된 것은 운이 따른 결과입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일은 재주나 노력보다 운에 달려 있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딱히 운이 어떤 것인지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런 운도 노력하지 않으면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든 운도 따라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력일 겁니다. 어떤 일이든 땀과 눈물없는 좋은 결과는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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