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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담장을 허물어 주세요

by 훈 작가 2024. 8. 8.

안에서만 살다 보니 밖이 궁금합니다. 누군가 날 찾아오지 않으면 이 여름날이 너무 쓸쓸합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화사한 아름다움을 보여 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습니다. 차라리 담장이 없으면 그나마 많은이들과 만날 수 있을텐데. 만나면 꽃다운 아름다움을 함께 할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왜 거추장스러운 담장을 만들어 놓았는지, 난 당신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안에만 있으려니 우울합니다. 삶을 구속받고 있는 것 같고 갇혀있는 느낌입니다. 당신이 만들어 놓은 담장 때문입니다. 죄지은 것도 없는데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것 같아 너무 외롭습니다. 사실 담장은 내 삶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립니다. 그렇다고 안 볼 수도 없고, 어쨌든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안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밖에선 내가 어떤 꽃인지 보고 싶어 할 겁니다. 그나마 담장 너머로 조금 보이는 건 내 키가 큰 덕분입니다. 마음만 먹고 허물어 버리면 누구든 날 볼 수 있을 텐데, 왜 고집스럽게 당신 만의 공간을 추구하고 소유하고 싶어 하는지 그 마음이 궁금할 따름입니다. 겉으로는 행복은 혼자 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누려야 커진다고 말하는 당신이 미스터리할 뿐입니다.
 
가끔 말하곤 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면서 때론 외롭다고. 당신이 쌓아 놓은 담장 안에서만 행복을 독점하고 싶어서 그럴 겁니다. 그러나 절대 독점할 수 없고, 찾을 수 없는 게 행복일 겁니다.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게 있고, 밖에서 만날 수 있는 행복이 있습니다. 안에서 즐기는 행복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절과 고립의 늪으로 빠져들기 때문에 외롭다고 하는 겁니다.

담장은 일종의 경계이고 영역의 표시일 겁니다. 어디까지나 당신의 관점입니다. 안과 밖을 구분하는 삶은 당신과 남을 구분하는 삶입니다. 담장이란 단어만 놓고 보면 당신은 모순적인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당신 스스로가 안에 갇히는 걸 본능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견디지 못하는 존재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겁니다. 안에 있을수록 밖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함께 어울려야 합니다. 안에서 가두고 있으면 스스로 당신만의 공간 아름답다고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없습니다. 알아주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관심갖지 않으니까요. 당신만의 담장을 쌓는 일은 스스로 우물 안에 뛰어드는 개구리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 담장을 허물고 세상에 나와야 한다. 그래야 햇볕이 당신 안에 스며들고 시원한 바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담장을 허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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