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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Morning Glory

by 훈 작가 2024. 9. 19.

/아침에 피웠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 아/

/속절없는 사랑 아/

 

가수 임주리가 부른 <립스틱 짙게 바르고>의 노랫말 일부입니다. 나팔꽃은 영어로 ‘Morning Glory’입니다. 기쁨, 영광, 결속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죠. 반면 덧없는 사랑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위의 노랫말이 덧없는 사랑이란 꽃말을 아주 짧게 설명해 주는 것으로 보여 가져왔습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나팔꽃일지라도 제대로 보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 보아야 합니다. 조금만 게으름 피우면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팔꽃은 해 뜰 무렵 활짝 폈다가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잎을 닫아버리고 오후가 되면 이내 시들어 버립니다. 영어로 꽃 이름에 ‘Morning’이 들어가 있는 걸 보면 이해가 될 겁니다.

 

나팔꽃을 말 그대로 악기 나팔을 닮은 꽃입니다. 넝쿨이 가냘프게 보여도 담장을 기어 올라가 넝쿨을 드리운 채 힘겹게 피는 것 같지만 쓰러지지 않는 꽃입니다. 이른 아침 이슬 머금고 있는 꽃잎에 햇살이 빛날 때면 청초한 미소가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그 순간 꽃을 보고 있노라면 그 순수한 매력에 마음이 끌리게 됩니다.

꽃에 얽힌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중국에 어느 화가와 아름다운 아내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시기한 원님이 그의 아내가 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자신의 수청을 거절하자 화가 나 관아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화가는 아내에게 줄 그림 한 장을 그려, 감옥 담장 아래 묻은 다음 높은 벽만 바라보다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부터 아내는 매일 똑같이 남편의 꿈을 꾸었습니다.

 

여보, 그간 잘 지냈소. 나는 밤마다 당신을 찾아 헤매는데, 어느 날 아침, 당신이 잠에서 깨는 바람에 할 말도 못 하고 떠나게 되오. 하는 수 없이 내일 다시 와야겠소.”

꿈에서 깬 아내는 창밖을 내다보고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습니다. 담장 벽을 지지대로 삼아 올라오고 있는 덩굴에서 나팔처럼 생긴 꽃이 피어 있었는데, 죽은 남편의 혼이 꽃이 되어 아내를 보기 위해 올라오고 있었던 겁니다.

 

나팔꽃은 죽은 남편이 꿈결에서 한 말처럼 새벽에 피었다가 날이 밝아 오후가 되면 바로 시들어 버린다며 사람들이 안타까워했고, 아내는 죽은 남편을 생각하며 꿋꿋이 살았다고 합니다. (퍼온 글)

꽃말도 허무한 사랑인 게 전설을 읽고 보니 이해가 될 겁니다.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전설에 어울리지 않는 꽃말도 있습니다. ‘좋은 소식이란 뜻입니다. 가장 먼저 아침을 맞이하는 꽃이기에 좋은 소식만 있기를 바라는 인간의 소망을 담은 느낌이 듭니다.

 

꽃말만 보면 긍정과 부정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전설을 보면 애절하다 못해 사랑이 허무하고, 영어로는 ‘Morning Glory’이니 꽃을 보면 뭔가 기쁜 소식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Morning Glory’이란 말에 마음이 끌립니다. 아무래도 허무한 사랑보다 좋은 소식이 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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