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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가을 비 우산 속에

by 훈 작가 2024. 9. 20.

이미지 출처 : pixabay

비 오는 날이면 아련히 떠오르는 풍경이 있습니다. 느닷없이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가 내리면 지하철역 입구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우산이요.’ ‘우산이요.’ 하며 비닐우산을 파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을 오래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동요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비 오는 날이면 자주 불렀던 우산입니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길에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갑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Some feel the rain, others only get wet’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단지 젖을 뿐이지만, 어떤 이들은 비를 느낀다는 말입니다. 비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정서적이지만,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겐 귀찮은 자연현상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정서적이든 귀찮은 자연현상이든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빗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비 오는 날 풍경은 단순합니다. 대개는 혼자서 우산을 쓰고 다닙니다. 그런데 간혹 한 우산을 두 사람이 같이 쓰고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정서적인 관점에서 느끼는 사람에겐 두 풍경이 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내겐 한 우산 아래 두 사람이 같이 걷는 모습이 더 정겹게 보일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그런데 언제부터였는지 비가 싫어졌습니다,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싫어졌을까. 비에 대한 정서적 감각이 없어졌나 봅니다. 지루한 장마 때문입니다. 옛날 같지 않거든요. 너무 오랫동안 빛을 삼켜 버리니 햇살이 그립고, 아름답던 색마저 우중충하게 덮어버리니 마음을 우울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 마음이 참 변덕스럽습니다. 그랬던 비가 다시 내렸으면 하니까요. 9월이면 이제 가을이잖아요. 당연히 무더위가 꺾일 거라 했는데 여전하니까 비가 왔으면 하는 겁니다. 한때는 비를 사랑하고, 낭만을 부르는 대상으로 여겼는데, 이제는 아닌가 봅니다. 왜 이렇게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언젠가 다시 마음이 변할지도 모릅니다. 비가 귀찮은 손님이 아니라, 옛날처럼 추억여행을 떠나게 만들고, 조용한 찻집에서 한잔의 커피를 유혹하게 만드는 낭만적인 나그네로 날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비를 만나고 싶을 때, 비가 그대가 되어 날 찾아왔으면 합니다. 거기에 올 때도 요란스럽지 않게 살며시 말이에요.

 

그런 비가 내리는 날이면 최헌의 <가을비 우산 속에>의 노랫말을 커피 향에 담아 마시고 싶습니다.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

/나 혼자서 걸었네. 미련 때문에/

/흐르는 세월 따라 잊혀진 그 얼굴이/

/왜 이다지 속눈썹에 또다시 떠오르나./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이는/

/가을비 우산 속에 이슬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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