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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가을엔 업데이트하세요.

by 훈 작가 2024. 10. 15.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둘이서 만나요. 브라보콘/

/살짝-데이트♪ ○○ 부라보콘/

 

흑백 TV 시절인 1970년대에 유행했던 광고음악입니다. 그 시절 남자애들은 이걸 짓궂게 개사를 해서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12시에 풀러요. 브라자 끈

 

누구나 연인이 되기 전, ‘데이트란 단어를 현실에서 경험하게 됩니다. 탐색전 성격이 강한 만남이죠. 서로가 얼마나 호감을 느끼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잖아요. 연애 감정이 뜨거워지면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사이가 돈독해져 사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데이트는 그런 만남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 분야엔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 그러나 모르긴 해도 초기엔 카페(옛날엔 다방)에서 커피 차 한잔 마시면서 시시콜콜한 주제로 이야기하고,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 반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다 극장(영화관)도 가겠죠. 그 이후엔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데이트를 즐길 겁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반복되는 걸 싫어합니다. 연인이 되면 더욱 그렇죠. 데이트 코스가 반복되면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업데이트해야 하는 거죠. 안 하면 깨질 조짐이 생길 수 있는 건 다 알 겁니다. 하는 수 없이 색다른 데이트 코스를 찾게 됩니다. 양쪽 모두 산을 좋아하면 산으로, 바다를 좋아하면 바다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겁니다.

 

승용차가 있다면 선택지가 더 다채로워질 수 있겠죠. 시간과 장소를 덜 구애받고 않고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으니까요. 서로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하고 따뜻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오붓한 공간이 생깁니다.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고 늦게까지 데이트를 즐겨도 금방 집에 데려다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생뚱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데이트와 업데이트가 무슨 관련이 있냐고 말이죠. 단어의 의미에 국한해 생각하면 그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컴퓨터 파일이나 데이터뿐만 아니라 데이트 코스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유는 앞서 말한 바와 같습니다. 물론 반드시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가을은 데이트 코스를 업데이트하기 좋은 계절이라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으러 출사지에 다녀 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코스모스꽃이 핀 들녘에 나와보니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꽃밭을 거니는 그들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코스모스꽃과 어우러진 남녀가 그림처럼 보여 멀리서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요즘은 핑크뮬리도 한창입니다. 색감이 너무 아름다워 핑크뮬리를 사진에 담아 볼까, 하고 나왔습니다. 연분홍빛이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핑크뮬리가 핀 사잇길로 걷는 남녀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초상권 침해 소지가 없는 범위에서 그들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데이트의 주인공이 연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답답한 도심의 숲에서 반복되는 데이트 코스,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코스를 업데이트해 변화를 시도해 더 분위기 있고 새로운 공간에서 데이트를 즐겨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겠지만 코스모스 꽃밭이나 핑크뮬리 꽃밭도 데이트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을 겁니다. 데이트 코스도 한 번쯤 업데이트하는 게 좋을 겁니다. 가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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