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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야경이 아름답긴 한데

by 훈 작가 2024. 10. 14.

한국의 야경을 보고 외국인들이 물었다.

! 뷰티풀, 이렇게 한국의 야경이 아름다운 이유가 무엇입니까?”

한국인이 답했다.

야근이 많기 때문입니다.” 퍼 온 글입니다.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야근 때문이라니. 틀린 말은 아닌 듯합니다. 야근이 없으면 도심 빌딩의 불빛은 꺼져 있을 테니까요. 일부러 전기세까지 부담하면서 빌딩의 전깃불을 켜 놓을 리가 만무하잖아요. 많은 고층 건물의 대부분이 주거 공간이 아니니까 더욱 그럴 겁니다. 기껏해야 거리의 가로등 정도는 남아 있겠죠. 

 

빛은 모든 아름다움의 바탕이 되는 존재입니다. 빛은 어둠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자연계를 지배하죠. 그러니 빛이 아름다운 영역을 지배한다면, 어둠은 그 반대 영역을 지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빛과 어둠은 낮과 밤을 양분하여 시간의 영역을 관할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밤은 아름답다는 형용사가 자리 잡을 수 없는 시간입니다.

 

밤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아름답다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빛을 삼켜버린 어둠이 그걸 허용하지 않았거든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던 모양입니다. 밤에도 아름답다는 말을 꺼내려면 빛이 필요했을 겁니다. 이후 빛을 만들어내고 야경이란 새로운 낱말을 사전에 넣어 아름답다는 말을 밤에도 사용했을 겁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습니다. 우리는 야경의 아름다움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야경의 아름다움은 세계 곳곳에 많습니다. 유럽의 3대 야경이라는 파리, 프라하, 부다페스트 야경도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동양의 진주라는 홍콩의 야경도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합니다.

 

그럼, 잃는 게 무얼까요. 우리는 밤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잃었습니다. 밤하늘의 별빛입니다. 하지만 지구촌 모든 곳에서 잃은 건 아닙니다. 그러나 야경이 아름다운 곳에선 잃은 게 확실합니다. 야경이 아름답지 않더라도 많은 도시에선 밤하늘의 수많은 별이 사라졌거나 몇몇 개의 별들만 깜박깜박 힘겹게 숨을 쉬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호수에 반영된 도심의 밤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황홀할 지경입니. 이거다 싶었습니다. 순간 묘한 쾌감이 심장에 날아와 유혹합니다. 이게 사진의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이런 유혹을 억누르는 것은 감성적 폭력이나 다름없을 같아 뿌리쳤습니다. 짧은 탄성을 자아내며 셔터를 눌렀습니다.

 

야경이 아름답긴 한데 잃어버린 별빛이 생각납니다. 별빛을 쫓아낸 건 우리가 만든 빛입니다. 이른바 빛이 만든 공해를 견디지 못해 별들이 쫓겨 간 겁니다. 아쉽습니다. 야경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우린 별의 감성을 잃은 겁니다. 이제 우리가 찾아가지 않은 이상 도심의 별은 보기 힘듭니다. 별이 빛나던 밤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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