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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미서부

Palm Springs Tramway

by 훈 작가 2024. 10. 25.

Desert Hills Premium Outlets에서 15:38분 버스가 출발했다. 이곳에서 팜 스프링스까지는 20마일(32km)로 멀지 않은 거리다. 기껏해야 20분 거리다. 10번 고속도로로 접어들자마자 사막 풍경 속으로 달렸다. 유난히 눈에 보이는 것이 있다.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다. 사막에 하얀 기둥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다. 그 끝에 달린 긴 프로펠러가 바람개비처럼 돌아가고 있다. 다른 것은 보이는 게 없다.

 

10번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버스가 오른쪽으로 선회하며 산 언덕길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엔진음이 힘에 겨워하는 소리다. 그만큼 산으로 올라가는 도로의 경사도가 있다는 얘기다. 한참을 올라가던 버스가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트램웨이를 타는 이곳이 해발 800m 높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삭막해 보이는 바위산 중턱에 와 있는 기분이다. 

버스에서 내려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제법 높이 올라왔다. 산 아래 풍경이 팜 스프링스 시가지와 함께 저 멀리 풍력단지까지 희미하게 보였다.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 언덕 위 Tramway Valley (해발 806m) 건물이 보이는 쪽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이 경사도가 있으니 걷는 것도 다소 힘이 부친다. 운동부족인지 나이 탓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계단으로 연결된 Tramway 역으로 들어갔다. 밖에선 몰랐는데 들어와 보니 사람이 북적인다.

 

팜 스프링스 트램웨이는 선택 관광인데 23명 모두 신청했다. 가이드가 탑승권을 나누어 주었다. 트램웨이는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우리는 16:30분에 출발하는 트램웨이를 탈 예정이라 조금 기다렸다. 여행 시즌도 아닌데 그래도 이곳은 한산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매표소 주변 맞은편에 기념품을 파는 곳으로 가 보았다. 눈요기 차원이다. 그 순간 매표소 안에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영어라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가이드가 탑승 5분 전까지 탑승구에 트램웨이를 타는 손님은 모이라는 안내방송이라 한다. 잠시 뒤 탑승구 입구에서 직원이 탑승권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우린 차례로 줄을 서서 탑승 통로를 따라 들어가서 양쪽으로 줄을 섰다.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 트램카가 승강장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일반적으로 케이블로 연결된 공간을 이동하는 것을 케이블카로 하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는 그것을 트램 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트램 카” 는 보통 볼 수 있는 케이블카와 모양이 달랐다. 우선, 덩치가 컸다. 크다는 건 탑승정원이 많다는 얘기다. 가이드는 80명이 탈 수 있다고 했다. 웬만한 버스보다 많은 인원이 탄다. 전체 중량은 10, 최대 실을 수 있는 무게는 6.2톤이라고 한다. 둥근 모양의 트램 카는 양쪽에서 문이 있다. 난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바깥쪽으로 바짝 붙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출발한 후 이유를 알았다.

다른 점이 한 가지 더 있었다. 가운데 운전하는 직원이 있다. 그가 마이크를 잡고 먼저 환영한다는 인사를 했다. 좋은 구경이 되길 기대한다며 트램 카가 출발했다. 출발과 동시에 자체적으로 움직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서둘러 트램 카”에 오른 것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발 800m 탑승 터미널에서 2,596m 높이에 있는 전망대 마운트 역까지 직선거리로 3.285km.

수직으로 높이는 1.791km로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케이블카보다 움직이는 속도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빨랐다. 위로 올라가며 밖에 펼쳐지는 풍경이 달라지며 눈에 들어왔다. 험한 바위산 계곡을 따라 올라가고 있다. 아래쪽 팜 스프링스와 풍력단지가 넓은 사막에 자리 잡은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그러는 사이 눈앞에 케이블을 연결해 주는 첫 번째 철탑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철탑을 통과하는 순간  “트램 카” 가 한 번 출렁였다. 동시에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이 흔들림 때문에 놀라 본인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짜릿한 스릴감이 느껴졌다. 전망대가 있는 마운트 역에 이르기까지 출렁이는 짜릿함을 5번을 즐겼다. 그러나 그런 기분은 불과 10분 만에 끝났다. 철학자 파스칼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그말을 페러디 하면 트램 카를 타는 시간은 짧고, 기다린 시간은 길었.

전망대에 도착하자 가이드가 17:30분에 다시 트램카를 타고 내려갈 예정이니 자유 시간을 갖고 17:25분까지 탑승구로 모이라 말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여행객을 반긴 건 쌀쌀한 날씨였다. 표고차로 인한 기온 차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이어 눈앞에 짙고 파란 하늘이 펼쳐졌고, 멀리 사막과 그 뒤로 주름진 산줄기가 보였다. 그 앞으로 하얀 풍력발전기와 팜 스프링스 시가지가 가지런히 정렬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팜 스프링스의 연평균 기온은 17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추위가 느껴진다. 해발 2,596m 높이 때문일 것이다. 눈을 사로잡을 만한 풍경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짙은 하늘색만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확 트인 전망이 주는 상쾌함은 가슴을 뻥 뚫어주는 힐링이다. 거기에 광활한 사막이  이국적인 풍경일 뿐이다. 왜 팜 스프링스가 유명한 휴양지로 자리매김을 했는지 난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아마도 관점 차이가 아닐까 싶다.

나름 실컷 구경하고 돌아왔는데 날씨 때문인지 대부분  우리 일행은 전망대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오히려 자유 시간이 지루한 듯 보였다. 가이드가 말한 17:25분이 되자 우리는 탑승구 쪽으로 모였다. 표정을 보니 빨리 내려가고 싶은 모양이다. 내려가는 길은 싱겁다. 단맛이 다 빠져 버린 껌을 씹고 있는 기분일 것 같다. 뱉어버리고 싶은데 쓰레기통이 안 보이여 어쩔 수 없이 씹고 있는 껌이다. 기대와 달리 별로 마음에 드는 게 없는 옵션이어 그런 것 같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떠한 행복도 영원하지 않다. 어떠한 즐거움도 우리 가슴속에 오래 남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걸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마다하지 않는다. 짧은 인내와 고통을 통해 얻어지는 즐거움은 오래도록 가지 않는다. 그나마 여행을 통해 느끼는 행복은 오래간다. 지나더라도 다시 그 당시를 떠올리면 행복하고 즐거움이 새롭게 더 다가온다. 그것이 여행의 추억이고, 여행이 주는 행복이다.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추억이 모두 아름답지 않더라도 여행을 통해 만들어진 추억은 모두 아름답게 기억으로 저장되길 우린 기대한다. 그렇지 않다면 여행을 떠나거나 즐기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어 인천공항이 붐비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해마다 여행 성수기가 되면 인천공항은 붐빈다. 이런 현상은 그만큼 여행이 가져다주는 행복이 그 어느 것보다 크게 차지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행의 중독은 그래서 빠져나오기 싫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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