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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미서부

꽃 : 아쉬운 인연

by 훈 작가 2025. 2. 28.

 
시선을 끄는 대상을 보면 제일 먼저 궁금한 것이 이름이다. 그중 하나가 꽃이다. 이름은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고유명사다. 그런데 모르면  궁금증만 자아낸다.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알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더 알고 싶어진다. 미 서부여행 그랜드 캐니언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카메라에 담은 꽃이 내게 그랬다.
 
한눈에 보기에도 신비스러웠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담은 꽃 사진은 묘한 매력을 발산하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보고 또 봐도 빠져든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현지 가이드(제이콥)에게 찍은 사진을를 보여 주고 물었다. 모른다고 했다. 아쉬워 하자 그가 여행 일정이 끝나면 사무실에 돌아가 확인해 보고 카카오톡으로 답을 준단다.
 
기행문을 쓰다 다시 그 꽃과 마주했다. 여전히 답은 오리무중이다. 스마트 폰에서 ‘모야모’를 내려받아 사진을 올렸다.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답변이 올라오지 않는다. 결국 이름을 알지 못한 채 사진만 쳐다본다. 어찌 보면 사소한 일인데 왜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할까. 그깟 꽃이 뭐길래, 나는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하는 걸까.
 
아름다움은 인간의 정서를 움직이는 감성적인 마력이 있다. 자연의 세계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에 신비감을 자극하는 것은 많다. 하지만,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정서적으로 아름다움과 신비감을 주는 생명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관점에서 인간과 꽃의 인연은 의미가 크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꽃마다 이름을 붙여주고 삶 속에 끌어들였다. 꽃마다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도 부족했는지 꽃에 대한 전설이나 신화를 만들어 흠모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거기에 머무르지 않았다. 꽃은 사랑 이상의 감성적 존재가 되었고, 삶과 가까운 공간에 초대해 동거하기 시작했다. 꽃이 우리에게 온 게 아니라 우리 먼저 손을 내밀고 불러들인 것이다.
 
사진 속의 꽃도 마찬가지다. 인연속에 끌어당긴 건 나다. 꽃이 지닌 신비감에 순간적으로 매혹되어 셔터를 눌렀다. 그냥 지나치지 못한 이유다.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이 마음에 인연의 끈을 잡게 한 탓이다.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다가가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형용할 수 없는 매력, 그 본질은 꽃이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인연에 대해 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보통 눈길을 끌거나 많이 알려진 많은 꽃은 전설이나 꽃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름에 걸맞은 꽃말도 있다. 그런 이유로 이 꽃도 분명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난 그걸 알고 싶었다.
 
하지만 인연은 거기까지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지금도 이 꽃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인연이 닿지 않는 모양이다. 신비감만 남아 있다. 인연이 허락하지 않으니 별 수 있겠는가. 나는 어쩔 수 없이 베일에 싸인 꽃의 정체성을 수수께끼로 내 마음속에 묻는다. 신비감을 간직한 채 말이다. 아쉽지만 이 꽃에 대한 인연은 기행문에 이렇게 남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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