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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굴레 속에 헤매던 나. 혼자일 수밖에 없는 나는 어디로 가는가. 시간에 떠밀려 자유를얻은 나그네는 오늘도 외로움을 마시고 고독은 늘 아침 식탁에 오른다. 목마른 사랑이 가득한 도시는 늘 분주한데 넘치는 자유는 새벽마다 외로움을 배달해 준다. 난 그 외로움을 마시며 카메라와 자유를 누린다.
자유. 늘 새장 밖으로 탈출하려 한다. 보고 싶은 임이 있어도, 반겨주는 친구가 있어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자유는 외로움에 갈증을 느낀다. 세월이 만든 백수의 길은 주어진 자유조차도 버겁다. 왜, 판을 깔아 주면 노는 게 어려운 걸까. 청개구리 시절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속박이었는데….
안개를 만나러 간다. 안개와 고독은 잘 어울리는 앙상블이다. 외로움을 마시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다. 그를 만날 때면 첫사랑을 만나는 것처럼 가슴이 뛰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몽환적인 환상에 젖어들게 한다. 그런 환상에 빠져 본 사람이 없을지 모르지만 한 번만 빠져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안개, 속절없이 날 끌어안는다. 밀려드는 그리움이 영혼의 자유를 구속한다. 숲은 외로움을 담은 감옥이 되고, 갈 곳을 잃은 시간은 수형자가 되어 고개를 숙인다. 심장에 젖어드는 아련한 그리움, 난 지워진 공간에 잃어버린 이름이 된다. 적막함이 만든 새벽, 잠에서 탈옥한 새 한 마리가 소리 없이 아침을 깨운다.
난 몽환적인 사랑에 빠진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주제곡이었던 노래 <안개>를 조용히 읊조려 본다. 감상에 젖어든 내 마음을 숨겨준 안개 덕분에 난 나만의 고독을 안개와 즐겼다. 그리고 조용히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눌러 안개를 담아본다. 안개를 사진에 담는 건 그날의 운이다. 그러니 감각에 의존할 따름이다.
빛이 부족한 새벽 시간이다. 아침 해가 없는 공간을 비워두고 줌렌즈를 당겨 본다. 빛으로 지워진 여백, 과노출 상태로 그러진 풍경화 그려진다. 얼떨결에 찍은 사진, 그림인지 사진인지 분간이 안 간다. 분명한 건 안개만이 만들 수 있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있다. 여백의 미를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는가 싶었다.
빛이 날아가 버린 공간, 텅 비었다. 주인공은 안개다. 무언가를 가득 채운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채움이 아니라 비움의 아름다움이다. 외로움이나 고독 모두 마음이란 허전한 공간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그 공간을 가득 채우며 살 필요는 없다. 삶의 언어에서 ‘아등바등’ 이란 말을 지우려면 여백이 필요한 게 인생이다.
고독을 삶의 여백이라 생각하면 내 삶이 더 아름다울 것이다. 사진 속의 새처럼 그 공간을 자유롭게 날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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