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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그림 같은 집

by 훈 작가 2024. 12. 20.

입소문을 타면 사람이 몰리기 마련입니다. 실제 가보면 어떨까?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참을성 없는 사람들이 가보고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하면 덩달아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드라마 촬영지라는데 관심이 없는 탓에 몰랐습니다. 하지만 사진밴드에 종종 올라와 궁금하긴 했습니다. 검색해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촬영지였습니다. 사계절 내내 색다른 매력이 있는 곳으로 이국적인 풍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넷플릭스에서 흥행에 성공한 <그해 우리는>의 촬영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고, SBS 드라마 <재벌 X형사>, TV-조선 <나의 해피엔드>도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바로 충남 논산시에 있는  온빛자연 휴양림입니다. 언제 가야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검색해 보니 늦가을이 가장 좋을 듯했습니다. 메타세쿼이아가 갈색으로 물들면 멋진 그림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찍은 사진을 보면 마치 숲 속에 자리 잡은 집이 그림처럼 보였습니다. 한 번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말을 피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평일(11월 25일)을 택했습니다. 어디든 사진 명소로 알려진 곳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나마 평일은 번잡하지 않으니 조금 나은 편입니다. 나름 계산을 하고 가도 나처럼 생각하고 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도착하니 적지 않은 사람 와 있었습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과 높이 치솟은 메타세쿼이아 숲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아래 별장처럼 지은 집과 숲이 잘 어울려 그림엽서 같았습니다. 별장 같은 집 왼쪽으로 흐르는 계곡물을 막아 만든 작은 연못이 신의 한 수처럼 보였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 볼 순 없었지만 보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말 그대로 그림 같은 집입니다. 보는 사람마다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누구의 집일까? 나도 부러웠습니다. 안 부럽다고 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이곳이 개인 사유지라는데 얼마나 부자일까? 은근히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게 하는 별장 같은 이 집, 나에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습니다. 꿈에라도 이런 집에서 살아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림 같은 집은 고사하고 단칸방이라도 내 집이 있었으면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객지 생활을 전전하며 항상 남의 집에 살아야 했으니까요. 두말하면 잔소리일 겁니다. 세상살이 중에 가장 큰 설움이 집 없는 설움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내 집 마련의 꿈'이 절실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인 나도 15년을 올-인하다시피 했습니다. 누구보다 집 없는 설움을 받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누군가 그랬죠.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보지 않고서는 인생을 이야기하지 말라고. 한국인에겐 그만큼 집의 의미가 남다릅니다. 단순히 삶의 공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겁니다.
 
그런데 정말 화나게 만들었던 뉴스가 생각납니다. 전세 사기 사건입니다. 사람이 이렇게 악랄할 수 있을까. 파렴치한 나쁜 인간들,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만들고 그림 같은 집에서 호화생활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온갖 구린내와 악취가 진동하는 집일 겁니다. 과연 그렇게 사는 게 행복일까요. 정말 그림 같은 집은 일 년 내내 행복한 웃음이 넘쳐나는 집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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