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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올해 가장 잘한 소비는?

by 훈 작가 2024. 12. 21.
이미지 출처 : pixabay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 비밀이 없고, 공짜가 없고, 정답이 없다고. 맞는 말 같습니다. 하지만 나는 공짜가 없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빈손으로 온 내 인생, 공짜잖아요. 아닌가요. 누구도 자신의 인생을 돈 주고 산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난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은퇴 후 제일 감당하기 힘들었던 게 남은 인생을 어떻게 소비하느냐였습니다. 일상에서 말하는 소비 개념과는 다르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고정관념을 벗어나면 인생 또한 소비입니다. 한정된 시간 속에 주어진 삶을 소비하는 게 인생입니다. 소비라는 개념을 넓히면 시간도 일종의 소비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공짜 같은 내 인생을 소비로 생각하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직장 생활할 때는 그렇게 주말이 기다려졌는데 막상 은퇴하고 나니까 날마다 주말의 연속이었습니다. 달콤했던 건 며칠 안 됩니다. 보름 정도 지나니까 무료한 시간이 괴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회적 관계(네트워크)가 일순간에 단절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어떻게 소비해야지. 그간 만나지 못했던 친구도 만나고 가고 싶은 곳도 가보았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깨달은 결론이 있습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산 것 같았는데, 눈뜨면 습관적으로 출근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며 살았다는 사실입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나만 그럴까?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그랬고, 지금도 그렇게들 살고 있을 겁니다. 은퇴 후 힘들었던 건 수동적인 삶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 바뀐 환경을 내가 주도적으로 시간을 소비하지 못해 겪어야 했던 스트레스였습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소비, 경제개념으로 받아들이면 단순히 소비 행태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간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삶의 관점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한 해 동안 좋아하는 사진을 찍으며 이와 관련된 주제로 글을 블로그에 포스팅하며 시간을 소비한 게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삶이란 시간을 잘 소비한 2024년이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소비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단지 경제적 관점에서 좁은 의미의 소비보다 인생이란 넓은 의미의 소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돈보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소비)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곧 삶의 질과 행복과 직결되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나는 올해를 잘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가장 잘한 소비는? 올 한 해 주어진 내 인생의 시간입니다. 허투루 시간을 보낸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티스토리와 함께 보낸 시간은 낭비가 아닌 욕망을 충족시키는 소비였습니다. 보다 넓은 세상과 소통하고 유익하게 보낸 시간의 소비였습니다. 습관적으로 일상에 끌려 다니는 수동적 시간의 소비가 아닌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시간의 소비였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가 시간의 소비이자 내 삶의 즐거움이었습니다. 물질적 소비보다 더 중요한 게 시간의 소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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