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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12월을 보내며 (2)

by 훈 작가 2024. 12. 27.

정녕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내가 세월이 되는 순간, 12월은 예정된 고독의 시간입니다. 헤어지는 건 힘듭니다. 눈물겹도록. 아무런 말도 없이 가야만 하기에 더 마음까지 시려옵니다. 올 때도 온다고 하지 않고 왔으니, 갈 때도 간다고 말하지 않을 겁니다. 이제 더 이상 머무를 곳이 없는 나는 고독한 시간의 경계를 넘어 과거로 들어설 겁니다.
 
당신과 인연을 맺으며 뜨거웠던 추억이 있었죠. 그땐 미쳐 고독을 몰랐습니다. 우리 모두 격정적인 감정에 빠져있었으니까요. 열정과 이별의 파티를 끝내고 나 홀로 남았을 때 홀연 고독과 마주 앉았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차라리 하얀 계절에 떠나라는 노랫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눈길을 걸으면 외로움을 잊을 수 있으니까요.
 
떠나는 것은 고독과 동행하는 것. 가을이 지고 눈이 오면 나는 세월의 강을 건너갑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 때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살아보니 삶은 덧없다고. 그러니 고독이라도 같이 있어야 한다고. 조용한 카페에서 고독과 차 한 잔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보면 12월은 한 편의 詩가 되어 그대 곁에 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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