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형이 그랬나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오래전 퇴직하고 나니 뭔가 모르게 허전함이 밀려오더군요. 그때는 이게 무슨 느낌일까? 마음속으로 단어를 찾아보았습니다. 우울증, 이건 아니야. 그럼 고독한 건가, 아니면 외로운 건가. 헷갈렸습니다. 고독한 건지, 외로운 건지. 이유야 어찌 됐든 퇴직 후, 새해 1월 한 달 동안 멍하니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만이 느끼는 감정이죠.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회적 관계(인연)가 한순간에 끊어져 생기는 알 수 없는 기분이었죠. 스스로 선택한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타인과의 관계가 사라지면서 생긴 외로움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고독이라면 낭만적인 감정이 들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습니다. 일종의 단절이라 할까, 고립이라 할까, 그런 거였습니다.
당시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나를 향해 집중하기 시작했죠. 외로움이 스며드는 공간에서 어떡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지나고 보니 그때 난 고독과 외로움 사이에서 나만의 시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외로움이 아닌 고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사회생활이란 조직문화의 영향으로 우리는 놀 때 같이 어울려 놀아야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혼자서 지내면 이상한 눈으로 보죠.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데 마치 외톨이 취급받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많이 의식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불안감이 밀려듭니다. 내가 뭔가 문제가 있는 건가 하고.
고독이나 외로움이나 내면의 감정입니다. 다만, 외로움은 우울증을 불러올 수 있죠. 다른 사람과 관계가 끊어져 나 홀로 떨어져 있다고 느끼는 감정이거든요. 고립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죠. 외로움은 자신의 마음을 갉아먹는 쓸쓸한 느낌입니다. 고독과 달리 즐기는 감정이 아닙니다. 그게 고독과 다릅니다.
나무 한 그루, 어떤 모습으로 보입니까? 쓸쓸해 보이나요, 아니면 고독해 보이나요.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순 있습니다. 하지만 난 고독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홀로 서 있지만 물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내면의 감정을 추스르고 있을 겁니다. 더 성숙해지기 위한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홀로 서 있는 나무를 왕따 나무라고 부릅니다. 잘못된 표현입니다. 풍성했던 잎을 다 내려놓고 삶의 2막을 위해 생각에 잠겨 있는 겁니다. 내면의 자신과 대화하고 있는 거죠. 고독을 즐기고 있는 겁니다. 내려놓고 비우면서 새로운 삶의 시간을 준비하려는 거죠. 진정한 행복을 만들려고 생각에 잠겨 있는 겁니다.
인간은 혼자 있을 때 행복해야 진정한 행복입니다. 외부에 의존한 행복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은퇴하면 오랜 세월 사회적 관계에서 맺고 즐겼던 행복이 단절되어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갑자기 혼자서 있는 시간을 보내려니 힘든 겁니다. 마치 외톨이가 된 느낌이죠. 심해지면 대인 기피증이나 우울증이 오죠.
플라톤이 그랬던가요. 나이 들면 고독을 사랑하라고. 외로움은 피해야 하지만, 고독은 그런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즐겨야죠. 자연스러운 겁니다. 나이 들면 혼자 보내는 시간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어차피 인생 2막은 스스로 삶을 되돌아보며 새롭게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나 홀로 있는 나무가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때 피사체와 나는 하나가 됩니다. 같이 고독을 즐기는 거죠. 혼자 있어도 아름답게 보이는 건 그 자체가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 나무도 나이가 꽤 들었을 겁니다. 그러기에 내려놓을 줄 알고, 비울 줄 아는 겁니다. 그래야 고독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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