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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나 답게 사는 것

by 훈 작가 2025. 1. 20.

남자답지 못하다고 혼난 일이 있습니다. 개구쟁이 시절이었죠. 또래 친구들과 싸우다 코피가 난 겁니다. 그만 울고 말았습니다. 겨우 피가 나오지 않도록 한 후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오니 사내 녀석이 남자답지 않게 운다고 야단맞은 겁니다. 어린 나이에 서운했죠. 내 편을 안 들어주는 것 같아서.
 
이후, 똑같은 일이 있으면 흔적을 다 지우고 들어갔습니다. 냇가로 가서 세수도 하고 엉망이 된 옷도 깨끗하게 털어냈죠. ‘남자답게’ 하려고 한 겁니다. 무의식적으로 남자다움을 강요받으며 자란 탓이죠. 사실 그때 난 남자다운 것이 어떤 것인지 몰랐습니다. 다만 ‘남자다움’이란 틀에 갇히도록 압박감을 느꼈던 건 사실입니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거나, 아이가 아이답지 못하거나,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면 욕먹습니다. 뭐든지 그에 맞게 답지 못하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세상입니다.  '~답지 못한 게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기 때문일 겁니다. '~답다'는 말은 스스로 본분을 잊지 않으면 되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모양입니다.
 
사람사는 세상만 그런가요. 자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여름이 기억납니다. 여름이 여름답지 못해 힘들었죠. 올 겨울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겨울이 겨울 다울지. 미국 캘리포니아는 산불로 곤욕을 치르는 모양입니다. 또 한쪽에서는 폭설로 난리고요. 자연이 지닌 본연의 성질을 지키지 못해 생기는 일이죠.

직장생활도 그에 걸맞은 ‘다움’을 지켜야 했죠. 조직에서 요구하는 룰을 준수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품위와 행동을 해야만 했습니다. 퇴직 후 그 틀을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비로소 나답게 살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얻은 거죠. 어떤 강요나 구속도 없는 <나>를 만나게 된 겁니다. 물론 자발적인 결정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데 <나>답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모르겠습니다. 과연 <나> 다운 게 어떤 걸까? 그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나를 알아야 <나> 다움을 정의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을 <나>에게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답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일출사진도 일출다워야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조건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날씨와 같은 자연조건과 장소가 맞아야 합니다. 그리고 찍는 사람의 표현 능력이죠. 모두 만족스러울 때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사진다운 사진을 찍는 건 까다롭죠. 여기서도 <나> 다움이 필요하죠. 그럼에도 <나> 다움은 답이 없습니다. 
 
새해 첫날 일출 사진입니다. 일출 명소에서 찍었으면 보다 나을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사진도 글도. 그래서 올해는 <나>답게 사는 일에 사진과 글쓰기에 좀 더 열정을 기울이려 합니다.  보다 멋진 사진과 좋은 글을 쓰는 게 <나> 다움이라 생각하고 콘텐츠를 만들도록 할 겁니다. 

상식적으로 <나>다움은 나와 남이 생각하는 바가 다르지 않고, 서로 지켜져야 하는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합니다. 남을 무시하는 <나> 다움은 세상에 없습니다. 나만의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건 자칫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나> 다움을 너무 앞세우면 안 되는 이유죠. 성경을 읽겠다고 남의 촛불을 빼앗는 건 옳지 않잖아요.
 
<나>다움은 절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나>만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 즐기는 겁니다. 그게 행복입니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나> 답게 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해에도 그런 자세로 사진도 찍으며, 블로그에 콘텐츠를 포스팅하려 합니다. 죽는 날까지 <나> 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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