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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합니다. 사람들은. 눈이 온다고 신난다며 눈밭에 뛰어나와 낑낑대며 나를 만들어 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외면합니다. 나를 만들 땐 나랑 친구가 되어 놀아 줄 주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이렇게 왕따 시킬 거면 처음부터 난 만들지 말든가 하지. 마치 날 약 올리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왜 마음이 변하는 걸까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나를 만들 때 사람들을 보면 행복해 보입니다. 얼굴에 웃음 가득하죠. 엄마나 아빠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아는 듯 옆에서 거들어 주거나 어떻게 만드는지 요령을 가르쳐 줍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린 동심의 세계로 같이 빠져드는 듯 보입니다.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보는 어른도 한때는 아이였을 테니까요.
난 멀리서 사람들을 지켜볼 따름입니다. 소상하긴 해도 언젠가는 돌아와 같이 놀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애초부터 냉정한 사람이었다면 날 만들지 않았겠죠. 듣기로는 사람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아직은 실망이란 단어를 꺼내고 싶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특별한 이유 없이 날 왕따시킬 이유가 없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애초부터 같이 놀아 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내 몸이 조금씩 녹아 형체가 사라지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날 거들어 보지도 않았습니다. 서러움의 눈물을 흘려도 모르는 척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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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사랑으로 태어난 내가 왜 그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걸까. 왜 내 주위에는 사람이 없는 걸까. 스스로 나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난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은 날 만들면서 사랑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난 차가움뿐이었죠.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서로 마음과 마음이 통해야 같이 지낼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던 겁니다.
나는 눈사람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사람입니다. 나보다 순수하게 보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부러워하죠. 나처럼 순수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태어난 존재죠. 사람들이 사랑하는 순수함은 인간이 인간으로 사는 데 있어 보편적이면서 닮고 싶어 하는 이상적인 가치입니다.
그런데 난 거기까지입니다. 순수함이 사랑받는 가치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나에겐 사람들처럼 따뜻함이 없습니다. 오로지 차가움만 내재되어 있는 눈사람입니다. 그게 내 한계입니다. 사람들이 날 외면하는 이유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따뜻한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마음을 얻어야 사람으로서 행복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더불어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누군가와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려면 내 마음을 열고 보여주어야 합니다. 진심이 통하지 않는 길은 없습니다. 눈사람에겐 순수함은 있지만 그게 없습니다. 진정한 사랑만이 인간관계를 행복하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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