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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지는 별을 보면서

by 훈 작가 2025. 1. 13.

지난해 8월 세계 영화계의 큰 별이 졌습니다. 알랭 들롱입니다. 데뷔 당시 들롱은 ‘프랑스의 제임스 딘’이라 불리었고, 르네 클레망 감독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로 스타 반열에 올랐습니다. 알랭 들롱은 이 스릴러 영화에서 자기를 무시하는 부잣집 아들과 지중해에서 요트를 타다 범죄를 저지르는 청년 리플리역을 연기했습니다.
 
자기가 한 거짓말을 스스로 믿는 것을 가리키는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용어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태양은 가득히’에서 알랭 들롱은 잘생긴 외모를 넘어선 관능미를 과시했습니다. 영화에서 옷을 벗어 상반신을 드러낸 들롱의 모습은 지금도 그를 좋아하는 많은 팬의 기억에 남아 있을 겁니다.
 
국내로 눈을 돌려 보면 알랭 들롱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이승을 등진 별이 많습니다. ‘아침이슬’의 주인공 이자 포크계 거장이었던 김민기, 트로트 가요계의 큰 별이었던 가수 현철,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 어머니 역을 맡아 명연기를 펼쳤던 배우 김수미도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인기스타들이 죽음을 맞이하면 별이 진다고 합니다. 대중들도 함께 슬픔을 같이 합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얼마 전 존경받아야 할 별들이 떨어졌습니다. 이번 계엄 사태로 떨어진 별들입니다. 졸지에 존경은 커녕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찍힐 처지에 놓인 겁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순수하고 신성한 별들의 임무를 망각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어려서부터 스타를 꿈꾸며 자랍니다. TV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영상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눈만 뜨면 스타를 보게 됩니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아이돌 스타나, BTS 같은 한류 스타, 손흥민 선수 같은 스포츠 스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인기 연예인이 아니면, 나라를 지키는 장군(star)을 꿈꿉니다.
 
누구나 한 번쯤 별을 꿈꿉니다. 별이 되는 게 로망이고 희망이었던 적이 나도 있습니다. 어릴 적 밤하늘에 영롱한 별을 바라보는 동안은 적어도 세상의 근심은 없어집니다. 대신 그 자리에 설레는 낭만이 자리 잡곤 했습니다. 수많은 별이 많은 소년과 소녀에게 꿈을 주었습니다. 때론 견우직녀의 사랑 이야기로 가슴을 채워주곤 했죠.

사실 우린 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구도 별이잖아요. 우리는 지구라는 별을 잠시 여행하다가 떠나면 또 하나의 별이 되는 삶을 삽니다. 그게 인생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별에 살고 있으니 우리는 모두 별입니다. 그럼에도 더 화려한 별이 되려 합니다. 관심받고,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해지고 싶은 거죠.
 
중요한 건 이름 있는 별만 별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주에는 별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이름 붙인 별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그들 모두 별입니다. 단지 평범한 별이죠. 이름하여 이름 없는 별, 유명하진 않습니다. 시민이란 이름속에 묻혀있죠. 별이지만 선망의 대상이 아니죠. 하지만 이 시대를 지탱하는 주인공입니다.
 
마음속의 별은 언젠가 지기 마련입니다. 인기를 먹고사는 별들은 뜨는 별들에 의해 거품처럼 사라집니다. 왜냐하면 누군가 계속해서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죠. 대중이란 소비자를 위해서. 다만 지는 별이라도 대중의 마음속에 좋은 추억을 남겨야 기억됩니다. 그것도 잠시지만. 별을 너무 부러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신과 나는 이미 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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