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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혼자 놀기

by 훈 작가 2025. 1. 25.

“야,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반가운 얼굴로 서로 악수하며 하는 말입니다. 그다음에 나오는 말은 뻔합니다.
 
“어떻게 지내?”
 
난 스스럼없이 대답합니다. 이렇게.
 
“놀아.”
 
하지만 반대로 물으면 답하길 꺼리거나 “뭐, 그냥 그렇게 지내.” 하며 에둘러 말합니다. 더 이상 물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대충은 알 것 같으니까요.
 
예전에 “놀고 있네” 하면 남의 행동을 비꼬아서 하던 말입니다. 상대방에게 들으면 몹시 기분이 상하죠. 그런데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자신은 그렇게 놀지 못해 나오는 말 일 수도 있습니다. 나도 남들처럼 잘 놀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나오는 시기나 질투심일 수도 있으니까요.
 
TV 대담 프로를 보거나 신문을 읽다 보면 ‘노후대책’ 관련 이야기나 심층 취재 기사를 접합니다. 관심 있게 보면 공통으로 지적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은퇴 후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면 돈ㆍ건강ㆍ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가 빠졌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건 바로 <혼자 놀기>입니다.
 
뜬금없는 말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 놀기>가 가장 든든한 노후대책이라는 게 내 생각입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입니다. 싫든 좋든 그런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갑자기 외로워지고, 고독해짐이 가슴에 스며듭니다.
 
벗어나야 하는 데 뭐가 있을까요? 하고 싶은 걸 찾아야 합니다. 처음부터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쉽고 행동에 옮기기 편안한 것부터. 예를 들면 산책하기, 독서, 영화감상 같은 거. 혼자서 얼마든지 가능하죠. 그다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취미를 찾아야 합니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많습니다.
 
눈 내린 겨울, 추운 날씨에 밖에 나갈 생각 하면 귀찮습니다. 거실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갖고 시간 보내는 게 편하죠. 하지만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즐겁습니다. 겨울 풍경을 담을 수 있는 기회이거든요. 사진을 취미로 하지 않는 사람은 그 맛을 모르죠. 취미란 그걸 좋아하는 사람만의 즐거움이 있으니까요.
 
혼자 놀 줄 모르면 긴긴 겨울이 더 길게만 느껴집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외로움과 고독이 마음속을 들랑거리며 더 허전하게 만들 겁니다. 외로움과 고독은 혼자 있는 시간에 단골손님처럼 찾아듭니다. <혼자 놀기> 노후대책을 소홀히 하거나 준비하지 않으면 노후 생활이 행복과 멀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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